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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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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로 앞선 9회초 무사 1, 3루. 천안 북일고 이정훈 감독(46·사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선발 3학년 김용주에게 “홈런을 맞아도 이길 수 있으니 마음 편히 던져라”라고 했다. 김용주는 “끝까지 책임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제자를 다독거린 이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이전까지 대회에선 관중석에서 마음만 졸였던 그였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팀을 만들겠다.”
1990년대 초 빙그레(현 한화)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타자로 활약했던 이 감독은 스스로의 다짐을 지켰다. 현역 시절 ‘악바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던 그가 고교 사령탑을 맡은 지 8개월 만에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이전까지 올해 출전한 2개 전국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했지만 준우승에 그쳤던 북일고는 봉황기 대회에서 결국 정상에 올랐다. 결승을 포함해 팀이 이번 대회에서 올린 5승을 모두 거둔 김용주는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4월 초 막을 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지난해 번번이 초반 탈락했던 북일고는 잇달아 우승 후보를 격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우승은 충암고가 차지했다. 5월 청룡기 대회에서도 북일고는 결승에 올랐지만 웃은 쪽은 신일고였다.
이전 두 대회 결승에서 이 감독은 더그아웃에 앉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사령탑을 맡으면서 행정 착오로 1년에 두 번 있는 아마추어 지도자 자격증 신청 기한을 놓쳤기 때문. 관중석에서 휴대전화로 코치에게 작전을 지시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청룡기 준우승 때 펑펑 우는 선수들을 보고 이 감독은 입술을 깨물었다.
10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봉황기 결승. 북일고는 전통의 명문 광주일고를 5-1로 완파했다. 6월 자격증을 받은 이 감독은 이날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함께했다. 이 감독은 “나도 선수들도 반드시 우승할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