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打·만·성

  • 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KIA 김상현 - 삼성 강봉규 신명철 - 두산 최승환
10년 무명 설움 딛고 올시즌 늦깎이 주전 맹활약

11월은 프로야구 선수에게 모처럼 편하게 쉴 수 있는 달이다. 시즌은 끝났고 마무리 훈련은 시작되기 전이다. 하지만 이때는 뚜렷한 활약이 없었던 선수들에게는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각 팀은 11월 25일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한다. 60명의 보류선수 명단에 들지 못하면 유니폼을 벗을 수도 있다.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더는 어울리지 않는 30대의 선수들에겐 더욱 그렇다.

이들 앞에 놓인 선택은 두 가지다. 살아남거나, 도태되거나.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유독 살아남은 선수가 많다. 그냥 버틴 정도가 아니라 새롭게 야구에 눈을 뜬 선수들이다.

KIA의 해결사로 떠오른 김상현(29)이 대표적이다. 전 소속팀 LG가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정성훈을 영입하면서 그는 사실상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다. 정성훈과 포지션(3루수)이 겹쳐 제대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외야 전향까지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4월 KIA로 트레이드되면서 야구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절실함 앞에서 거포 본능이 되살아났다. 김상현은 8일 고향인 군산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치며 5타점을 쓸어 담았다. 8일 현재 86타점으로 타점 선두이고 22홈런으로 공동 2위다. 만루 홈런은 4개나 된다. 2001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8년간 통산 성적이 33홈런에 132타점이었으니 올해는 단연 최고의 시즌이다. 그의 만점 활약을 원동력 삼아 KIA는 7년 만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치열한 4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의 강봉규(31)와 신명철(31)도 30대에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늦깎이 스타다. 2000년에 데뷔한 강봉규는 지난해까지 9년간 18개의 홈런을 쳤다. 그런 그가 올해 때린 홈런만 13개다. 지난 8년간 19홈런에 그쳤던 신명철도 15홈런을 기록 중이다. 두 선수가 합작한 타점(104점)은 팀 전체 타점(488점)의 5분의 1이 넘는다. 삼성 관계자는 “두 선수가 없었다면 우리 팀은 진작 하위권으로 처졌을 것”이라며 “사실 지난해부터 두 선수 모두 퇴출 리스트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쉬는 날 없이 훈련하더니 데뷔 10년 만에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포수 최승환(31)도 10년 만에 주전의 달콤함을 맛보고 있다. 8일 현재 타율은 0.195에 불과하지만 든든한 투수 리드로 안방을 꿰찼다. 올 시즌 6홈런 16타점은 지난 9년간의 통산 기록(3홈런 22타점)에 모자라지 않는다. 10년 가까운 기다림 끝에 마침내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선수들의 활약은 올해 프로야구의 색다른 묘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8일 전적

두산 3-0 LG

롯데 3-1 삼성

히어로즈 5-4 한화

K IA 9-6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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