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기자 ‘세계적 스타들 피겨클래스’ 참가기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7분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본보 김동욱 기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특설 링크에서 피겨 스타 조애니 로셰트(오른쪽)로부터 피겨스케이팅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 이날 로셰트는 일일 강사로 일반인 40명에게 피겨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원대연 기자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
본보 김동욱 기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특설 링크에서 피겨 스타 조애니 로셰트(오른쪽)로부터 피겨스케이팅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 이날 로셰트는 일일 강사로 일반인 40명에게 피겨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원대연 기자
걷다가 ‘미끌’ 스핀하다 ‘쿵’
손따로 발따로 등엔 식은땀

‘넘어지면 안 돼.’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바로 눈앞에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스타 조애니 로셰트(23·캐나다)가 서 있다. 행여나 중심을 못 잡고 넘어져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기는 싫었다. 스핀 시범을 보인 로셰트가 따라해 보라고 했다. 걷는 것도 힘든 마당에 스핀이라니…. 배운 대로 한 팔은 앞으로 다른 팔은 뒤로 향했다.

로셰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힘껏 돌았다. ‘쿵!’ 팔꿈치에 아픔이 전해졌다. 몸은 돌았지만 발은 제자리에 있었던 탓이다. 재빨리 일어나려 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다. 로셰트가 다가와 일으켜 세워 줬지만 머리가 빙빙 돌았다. 팔꿈치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3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슈퍼클래스 온 아이스’가 열렸다. 세계적인 피겨 스타들이 일반인과 피겨 유망주들을 상대로 일일 강사로 나섰다. 기자는 50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뽑힌 일반인 40명과 4차 클래스에 참가했다. 클래스는 3그룹으로 나눠져 로셰트와 제프리 버틀(27·캐나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이 번갈아 가르쳤다.

대회 취재는 해봤지만 스케이트를 신은 것은 이날이 처음.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연기를 펼치는 모습은 쉬워 보였다.

하지만 막상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에 발을 내딛자 환상은 산산이 깨졌다. 걷는 것도, 균형 잡기도 힘들었다. 방 위원은 “보는 것과 실제 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조심하라”고 미리 단단히 주의를 줬다. 방 위원의 지도 아래 기본기를 비롯해 앞으로 나아가기, 두 발로 항아리를 그리기 등을 배웠다. 등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음 강사는 로셰트. 환한 웃음으로 초보자들을 반긴 로셰트는 스핀 등을 가르쳤다. 사실 스핀만 하더라도 ‘두세 바퀴는 돌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 바퀴를 도는 것조차 힘들었다. 로셰트는 안쓰러웠는지 기자 앞에서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줬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스핀 요령을 묻자 로셰트는 “요령은 없다. 최소 1만 번은 넘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0분간의 휴식시간. 땀에 젖은 옷이 마르기도 전에 버틀의 강의가 시작됐다. 미남 피겨 스타를 바라보는 여성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버틀 때문에 이번 행사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은 긴장한 탓인지 엉덩방아를 찧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할리우드 액션을 하는 이도 있었다. 여성 참가자들이 넘어지면 어김없이 버틀이 달려왔으니 말이다.

1시간 50분간의 강습이 끝난 뒤 로셰트가 기자를 불렀다. “아까 넘어져 다친 것 괜찮나요?” 순간 아픈 것도, 힘든 것도 모두 잊었다. 2시간의 피겨 체험은 행복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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