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야드 장타치기보다 2m퍼트가 더 어렵다고?

입력 2009-07-25 08:46수정 2009-09-21 22:2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톱랭커 쇼트퍼트 성공률 100% 육박… 마지막홀선 집중력 떨어져 종종 실패 “못 넣으면 끝장” 심리적 요인도 작용

○짧은 퍼트 결정적 실수땐 입스 시달리기도

지난 20일 새벽. 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은 오직 한 곳에 집중됐다.

환갑을 앞둔 톰 왓슨(미국)이 2.4m 퍼트만 성공시키면 세계 골프 역사에 또 하나의 대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퍼터를 떠난 볼은 홀을 향해 굴러가다 힘없이 옆으로 휘어 홀 앞에 멈춰 섰다. 드라마 같았던 제138회 브리티시오픈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종종 짧은 퍼트를 놓쳐 눈물을 삼키는 골퍼들을 보게 된다.

지난 4월,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남 김해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최상호(54)는 17번홀까지 공동 선두였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에 성공하면 자신이 보유한 국내 최고령 우승 기록을 또 갱신하게 될 순간.

최상호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위에 잘 떨어졌다. 홀까지 거리는 약 6m. 넣으면 무조건 우승이고, 2퍼트만 해도 승부를 연장으로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최상호는 운명의 장난에 말려들었다. 첫 퍼트가 짧았다. 1m 남짓한 거리의 파 퍼트마저 홀을 비껴가면서 스리퍼트로 홀아웃 했다.

손안에 넣었던 대기록도 함께 날아갔다.

6년 전, 강욱순(43)은 더욱 쓰라린 경험을 했다. 미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출전한 강욱순은 최종 6라운드 18번홀에서 30cm 거리의 짧은 퍼트를 성공시키지 못해 꿈의 무대 진출이 좌절됐다. 충격 때문에 이후 3년 동안이나 퍼트 입스(Yips)로 시달렸다. 지난해 KPGA 투어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 우승으로 겨우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톱 프로들의 쇼트 퍼트 성공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이 정도 거리에선 한손으로 쳐도 들어갈 만만한 거리다. 그럼에도 실수가 나오는 이유는?

“짧은 거리의 퍼트를 놓치는 일은 체력저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4라운드 동안 플레이하다보면 마지막에 체력 부담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때 집중력도 함께 떨어진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퍼트 성공률도 낮아 진다”고 강욱순은 말했다. “왓슨의 퍼트 실패 역시 집중력이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 왓슨은 더욱 체력적인 부담이 컸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1∼2라운드 때 나왔더라면 충분히 성공했을 텐데 마지막에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아마 훨씬 더 멀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톱 프로들은 쇼트 퍼트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연습으로 유명한 신지애는 50cm∼1.5m 거리의 퍼트를 놓치는 법이 거의 없다. 물론 그 만큼 연습도 많이 한다. 하루에 30분 이상 쇼트 퍼트 연습을 한다는 신지애는 이 거리에서 연속으로 136개까지 성공했다. 굉장한 집중력이다.

○드라이버 샷보다 퍼트가 힘들어

프로들은 말한다. “300야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것보다 2m 퍼트가 훨씬 더 어렵다”고.

“드라이버 샷은 풀스윙을 하기 때문에 집중력보다는 기술적인 요소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퍼트에서는 기술과 함께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중요한 순간에서는 더욱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진다”고 강욱순은 말했다.

심리적인 요소도 작용한다.

드라이버 샷은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다음 샷이 있지만 퍼트는 한 번으로 끝이다. 못 넣으면 넣을 때까지 해야 한다.

다른 이유도 있다. 퍼트의 성패에 따라 돈의 액수가 달라진다. PGA 투어에서는 우승과 준우승자의 상금이 몇 억 원씩 차이가 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내기 때 배판만 되어도 퍼트가 부담스런 경우를 쉽게 떠올릴 것이다.

그보다 수백 수천배의 돈이 걸린 퍼트다. 그러니 떨지 않을 수 없다. 골프볼의 지름은 4.2cm다. 홀의 크기는 이보다 2.5배 이상 큰 10.8cm다. 이 정도면 1∼2m 거리에서 홀 안에 볼을 집어넣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린이 평평한 상황에서의 얘기다. 퍼트는 다른 스윙과 다르게 힘 조절(스트로크의 속도)과 방향, 잔디의 결과 그린의 경사 등 스윙과 그 밖의 현장 분위기 경기 상황과 당사자의 심리상태와 집중력 등의 요소까지 모두 충족해야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쓰리퍼트는 없다’의 저자 임형진 리임코리아 대표이사는 “볼이 페이스의 어느 지점에 맞는지에 따라 볼의 방향에 큰 편차가 생긴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방향성은 퍼터의 토우가 들려 맞을 때 생긴다. 예를 들어 퍼터 앞쪽이 4도 정도 들려 볼을 맞히면 1m 일 때 왼쪽으로 0.61cm, 3m일 때 1.83cm, 6m일 때 3.66cm의 오차가 생긴다. 10.8cm에 불과한 홀에 볼을 넣기 위해선 매우 섬세하고 정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이라고 했다. 골퍼가 골프채를 놓는 그 순간까지 잊지 말아야 할 골프의 명언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