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박지성… 한국 대중가요 좋아해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월드컵 소원 이룬 정대세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한국 취재진을 만나면 굳은 표정에 입을 꾹 다문다. 하지만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는 선수가 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3세 정대세(25·가와사키·사진).

○ ‘인민 루니’ 애칭, 부동의 스트라이커

그는 할 말이 있으면 한다. 예민한 사안도 거침이 없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할 때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거나 “한국 대중가요 가수가 좋다”는 식으로 솔직하게 말한다. 아버지가 한국 출신인 그는 국적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아주 곤란한 질문이다. 나를 키워준 곳은 조선”이라고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정대세는 북한에서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급 국민 영웅이다.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구사하는 북한에서 부동의 원 톱 스트라이커다. 그는 일본프로축구에서 올 시즌 6골을 넣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는 이란 방문 경기에서 0-2로 뒤진 상황에서 만회골을 터뜨린 게 유일한 득점이지만 북한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정대세의 발은 빠르다. 강력한 몸싸움, 날카로운 슈팅, 높은 제공권, 정확한 패스 등 스트라이커의 자질을 모두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축구팬들은 그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 공격수 웨인 루니와 비슷한 플레이를 한다며 ‘인민 루니’라는 별칭까지 붙여줬다.

○ 한국 언론과도 자유롭게 대화

그는 평소 “북한 대표로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한국과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해 왔다. 그는 한국이 10일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를 하기 전 같이 일본에서 뛰고 있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를 불러 식사를 같이했다.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골을 넣어 한국과 함께 월드컵 본선에 나갔으면 좋겠다”며 끝까지 본선 진출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그 소망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정대세의 친형 정이세(27)는 국내 내셔널리그 노원 험멜에서 뛰고 있다. 그는 “아직 통화는 못했지만 동생이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본선에서도 잘 뛰어 주리라 믿는다”며 기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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