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양준혁(삼성)이 역대 개인통산 최다홈런 기록을 새로 쓰던 날이라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됐지만, 개인으로서나 야구계로서나 의미있는 기록임에 틀림없다.
경기 후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꽃다발을 받은 김 감독은 “요즘 타자들이 돌아가면서 잘 쳐주고 투수들도 맡은 역할을 잘 해줘서 아홉수 한 번 없이 900승에 도달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사실 김 감독이 기뻐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LG가 1일 잠실 히어로즈 전부터 이날까지 김 감독 부임 이후 최다인 8연승을 달렸기 때문이다.
비록 10일 1-3으로 패하면서 연승행진이 끊겼지만 시즌 초반 하위권이었던 LG가 2위까지 올라서 비결이었다. 선두 SK도 이제 사정권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김 감독도 솔직히 털어놨다. “900승보다는 사실 8연승이 더 기쁘다. 900승이야 언제든 도달할 수 있는 기록이지만 8연승은 그렇지 않으니까”라고.
어쨌든 이번 기록으로 이내 감독으로서의 목표도 하나 생겼다. 삼성 김응룡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최다승(1476승) 기록이다.
만 55세11개월인 김 감독은 이미 최연소·최소경기(1710경기) 만에 900승 감독이 됐다.
또 900승 선임자들(김응룡, 김성근, 강병철, 김인식) 가운데 승률이 두 번째(0.540)로 높다.
김 감독은 “이렇게 된 이상 감독을 오래 해서 계속 도전해야 맞는 것 아니냐. 그러면 대체 몇백 승이 더 남은 거지?”라며 껄껄 웃었다.
한편 LG는 숙소로 돌아간 후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선수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축하 파티도 열었다.
원정이라 경기장에서는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없었지만 잠실로 올라가면 경기 전 홈팬들 앞에서 기념 시상식도 마련할 예정이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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