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 “너 나가!” 김성근의 ‘불신야구’

  • 입력 2009년 4월 14일 07시 50분


눈밖에 나면 가차없이 아웃, 사령탑 속사정은?

채 8경기를 치렀는데 김 감독은 용병 두 명을 모조리 전력에서 제외했다. 아예 존슨은 13일 퇴출시켜 버렸다.

앞서 9일 광주 원정 중엔 기강 해이를 이유로 정근우-나주환-이호준을 고속버스에 태워 인천으로 돌려보냈다. 10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도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모창민이 더블 플레이 실수를 저지르자 바로 나주환으로 교체했다.

‘믿음 야구’는 여기저기서 들어봤어도 ‘불신 야구’는 처음이다. 철두철미 합리주의자인 김 감독이 즉흥적으로 그럴 리 없다. 살벌함의 근원은 ‘완벽에의 집념’으로 집약된다.

○배울 자세가 없으면 안 가르친다

SK는 9일 KIA전을 12회 연장 끝에 1-1로 비겼다. 인천으로 돌려보낸 세 선수가 있었으면 잡을 경기란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놔’ 버렸다. 정근우 대신 안경현이 2루수로 나왔다. 몸에 맞는 볼이 나와서 뛸 수 없는 지경인데도 바꿀 선수가 없었다. 그런 악전고투를 감수했다.

노련한 교사는 “학생과의 기 싸움부터 이겨야 수업이 된다”고 말한다. ‘다행히’ SK 학생들은 3년째 겪어온 스승의 심리를 알았다.

10일 히어로즈전 직전 정근우와 나주환은 감독실에 찾아와 “돌아왔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은 “응” 한마디만 했지만 이심전심이었을 터.

정근우는 “솔직히 바로 나갈 줄 몰랐다”고 했다. 구제받은 정근우와 나주환은 10일 홈런으로 보답했고, SK는 16-4로 대승했다. 이어 12일까지 히어로즈 3연전을 휩쓸었다.

○용병 길들이기의 이면

광주에서 니코스키가 1이닝(3실점)만 던지고 2군 강등된 데 이어 불펜의 존슨도 2경기(1.1이닝 2실점)만에 퇴출됐다. 두 용병의 계약 조건은 1년 개런티는 아니더라도 월봉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인내를 두지 않았다.

‘김 감독 눈 밖에 나면 이름을 불문하고 SK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강력한 시범케이스로 남게 됐다.

김 감독은 작년부터 용병을 그렇게 다뤄왔다. 물론 무조건 용병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다. 레이번 같은 경우는 2년 내내 참다가 때가 오자 칼을 쳤다.

이런 처사는 기존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킨다. 일련의 강공책은 ‘SK는 김성근의 제국’이란 확고한 정황증거라 할만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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