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할 때 살아있음을 느껴요”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컬링 세계 최강 ‘캐나다의 김연아’ 제니퍼 존스

그녀는 신주단지 다루듯 정성스럽게 19.9kg짜리 스톤(컬링에 사용되는 둥근 화강암) 밑바닥을 문질렀다.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 빙판에 스칠 듯 낮게 엎드린 그녀의 손을 떠난 스톤은 42.07m를 유유히 미끄러져 나가 상대 스톤을 정확히 가격했다. 이어 사냥에 성공한 맹수의 포효 같은 기합이 쩌렁쩌렁 경기장을 채웠다. 상대 팀은 이런 그녀의 카리스마에 압도됐다.

21일 개막한 강릉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인 캐나다 대표팀 제니퍼 존스(34·사진) 얘기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컬링이지만 캐나다에선 국민 스포츠다. 주(州)마다 전용경기장만 수십 개고 팬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뽐낸다.

한국으로 치면 존스는 ‘캐나다의 김연아’다. 각종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고 그가 가는 곳마다 사인 요청이 쇄도한다. 세계선수권대회를 2연패할 만큼 뛰어난 실력에 매력적인 외모, 친절한 매너에 팬들은 열광한다. 캐나다 대표팀 일레인 잭슨 감독(53)은 “존스는 경기장 안에선 냉정한 승부사, 밖에선 옆집 누나 같다”며 “아무리 바빠도 팬들부터 챙기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프로”라고 전했다.

존스의 포지션은 ‘스킵’. 미식축구 쿼터백처럼 다른 선수들을 리드하고 경기 전체를 컨트롤하는 역할이다. “세계 최고의 팀을 이끄는 데 부담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나는 컬링을 할 때 평화를 느낀다. 즐기면서 하기에 결과를 걱정하진 않는다”며 웃었다. 그녀가 ‘즐기면서’ 이끄는 캐나다 팀은 7승 1패로 12개국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존스는 현직 변호사로도 활동 중인 ‘투잡족’이다.

“부모가 컬링선수였고 저에게도 컬링은 운명입니다. 변호사는 제 삶의 반쪽이고요. 덕분에 잘 시간도 부족하지만 제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두 가지 모두 포기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강릉=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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