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바라보는 WBC

  • 입력 2009년 3월 20일 18시 37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한국, 원년 우승팀 일본, 주최국 미국, 중남미 대표 베네수엘라. 4강은 주최 측이 바라는 팀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팬의 낮은 호응도 때문이다. 미국은 힘겹게 4강에 올랐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간신히 이겼다. 이날 관중은 주최국 경기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적었다. 푸에르토리코전은 1만3224명, 조 순위를 결정지은 베네수엘라전은 1만6575명에 불과했다. 이날 시카고 컵스-LA 다저스의 애리조나 캑터스리그 시범경기 관중은 1만3046명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비협조도 여전하다. 워싱턴은 애덤 던이 19일 베네수엘라전에 1루수로 출장하자 곧바로 "외야수로만 출장하라"고 간섭했다. 클리블랜드는 추신수에게 지명타자만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구단들은 소속 선수의 WBC 출전이 탐탁스럽지 않은 것이다.

19일자 USA투데이는 '선수들이 WBC 대회에서 고갈되고 있다'는 기사를 스포츠 1면에 실었다.

미국 스포츠는 매우 국수적이다. 국가대항전에는 관심이 없다. 자국에서 벌어지는 페넌트레이스가 우선이다. 글로벌화돼있는 축구는 인기가 없다.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농구 정도가 국가대항전격인 올림픽에서 주목받을 뿐이다. 농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피닉스 구단주였던 제리 콜란젤로 단장이 대표팀의 의무를 강화한 게 효력을 봤다.

WBC 미국 대표팀이 관중 동원에 실패하는 데는 전국구 스타 부재도 한몫하고 있다. 유격수 데릭 지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지역 스타다. 23일 일본과의 준결승전 선발로 내정된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는 사이영상 수상자이긴 하지만 아직 전국구 스타는 아니다. 휴스턴의 로이 오스왈트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앞으로 WBC 대회를 발전시키려면 최소한 선수 구성의 절반 이상은 올스타로 선발해야 된다. 그래야 관중이 메이저리그 경기처럼 주목하게 된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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