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4구의 추억’ 부른 한국 4번타자의 힘

  • 입력 2009년 3월 19일 08시 01분


한국이 3-1로 앞선 8회말 1사 2루. 5연속경기타점을 올리고 있던 4번 김태균이 등장하자 일본 하라 감독은 마운드의 이와타에게 고의4구를 지시했다.

고의4구는 작전을 내리는 벤치에게나, 던지는 투수에게나 ‘굴욕’.

병살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가 4번타자일 때는 더 그런 느낌이 든다.

때리고 싶었지만 승부를 피해 도망간 상대를 원망하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김태균을 보면서 3년 전 1회 WBC에서 이승엽이 얻어낸 고의4구가 떠올랐다.

2006년 3월 14일(한국시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야구 종가’ 미국과의 8강 2차전. 미국 벅 마르티네스 감독은 1-3으로 뒤지던 4회 2사 후 김민재가 좌중간 2루타를 때리자 다음 타자 이승엽과의 정면승부 대신 고의4구를 택했다.

이승엽이 1회 돈트렐 윌리스를 상대로 1점아치를 그리는 등 4연속게임 홈런포를 때려내고 있어 겁이 났던 것.

일본전 김태균이나 미국전 이승엽의 고의4구는 그만큼 ‘대한민국 4번타자’의 힘을 보여준 셈.

하나 더 주목할 대목은 고의4구를 썼던 하라 감독이나 마르티네스 감독, 둘 모두 ‘굴욕’을 감수하면서 피해갔지만 실점까지 피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김태균을 피해간 일본은 8회말 결국 이범호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내줬고, 마르티네스 감독은 이승엽 이후 나온 최희섭에게 ‘대타 3점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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