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캐디 “생큐, 양용은”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호흡 맞춘지 석달만에 PGA 우승 일궈… 보너스로 빚갚아

‘야생마’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9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캐디 A J 몬테치노스 씨(35·미국)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양용은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할 때 처음 만난 뒤 지난달 뷰익인비테이셔널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춰 4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합작했다.

몬테치노스 씨는 무명 캐디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계 아버지와 이탈리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시절 골프 선수로 활동했으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양용은은 그가 영국의 코미디 배우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이름 대신 ‘미스터 빈’으로 불러 왔다.

몬테치노스 씨는 영어 실력이 짧은 양용은을 위해 필담으로 남은 거리를 알려주거나 양용은이 “What thinking(어떻게 생각해?)” 같은 ‘콩글리시’로 물어봐도 눈치껏 알아듣고 도와줬다.

양용은의 영향으로 불고기 맛에 빠졌다는 몬테치노스 씨는 우승 상금 100만8000달러의 약 10%인 10만 달러(1억5000만 원) 정도를 보너스로 받게 됐다.

몬테치노스 씨는 “빚도 갚고 집값, 차값도 낼 수 있다. 꿈을 이루고 싶으면 누군가의 꿈을 성취하도록 도우라는 글을 읽었는데 내가 그렇다”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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