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의 경우 지도자 생활을 구분했을 때 전반기는 갖가지 비판도 따랐다. 하지만 현재는 탄탄대로다. 야구인으로 말년 운이 김 감독만큼 대길운인 지도자도 없을게다. 만년 2등 지도자였다가 SK를 두차례 우승시킨 뒤 프로야구 최고의 감독이 됐다. 요즘에는 신문들이 김 감독 칭송에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김인식 감독도 야구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사는 분이다. 2회 대회 연속 WBC 한국팀 사령탑으로 된 것만으로도 김 감독은 한국의 ‘레전더리 지도자’로 손색이 없다.
3명의 감독들은 현역보다 지도자 생활이 훨씬 길다. 김성근 감독은 8개 구단 가운데 5개 팀을 옮겨 다니면서 감독을 지냈다. 김인식 감독도 쌍방울, OB, 한화 등 3팀 지도자를 역임했다.
김응룡, 김성근, 김인식 감독이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데는 여러 차례 기회가 주어졌고, 오랫동안 현역 감독으로 머물렀을 수 있었던 게 결정적이다. 물론 능력을 보였기에 다른 팀에서 기회를 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지도자들은 이런 기회를 거의 가질 수가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으로 계약 종료 후 선택의 폭이 넓은 감독 외에는 한번 해고되면 인고의 계절로 접어든다. 두번째 기회가 전혀 보장이 안 된다. 스타 출신이 많은 프로 세대들의 한계다.
현재 WBC 코칭스태프 가운데 전직 감독 출신이 3명이 포함돼 있다. 김성한 수석코치, 이순철 타격코치, 양상문 투수코치 등이다. 이들은 해태-기아, LG, 롯데에서 감독을 지냈다가 해고 혹은 계약 종료로 물러났다.
기아는 김성한 전 감독을 성적책임을 물어 해고한 뒤 2명의 감독을 교체했다. 이후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결과만으로도 구단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LG 역시 이순철 감독을 해고한 뒤 성적이 향상되지는 않았다. 김성한 전 기아감독은 호놀루루에서 기자와 만나 “지도자로서 능력이 우선이겠지만 운도 무시할 수가 없다. 두번째 기회를 갖는다면 첫번째 때보다는 훨씬 여유있게 야구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철, 양상문 전 감독들 역시 마찬가지 견해다.
메이저리그의 한 지도자는 “감독은 세번 해고돼야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 LA다저스 조 토리도 뉴욕 메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3번이나 해고된 뒤 뉴욕 양키스에서 꽃을 피운 대표적 지도자다. WBC 대회를 통해 김성한, 이순철, 양상문 전 감독이 두번째,세번째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