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필드 오브 드림] ‘약물’ A-로드는 왜?

  • 입력 2009년 2월 17일 08시 13분


최근 며칠 동안 메이저리그는 최고의 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A-로드)의 약물 복용으로 시끌시끌하다. 배리 본즈, 라파엘 팔메이로, 미겔 테하다 등 한 때를 풍미했던 최고의 스타들이 하나 둘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이 적지 않았지만, 현존 최고의 타자이자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 강력한 후보로 꼽힌 A-로드의 고백은 또 다른 느낌의 충격이었다.

사실 메이저리그 규정상 2004년 이전에 약물을 복용한 선수를 처벌할 근거는 없다. 의회에서의 위증으로 법적인 처벌도 예상되는 테하다와는 다르게 A-로드는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약물 복용을 부인했었기에 그에게 어떤 규약적인 제재는 오히려 넌센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리그에서의 상징성과 가치를 감안할 때 도덕성의 상처는 쉽게 치유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쩌면 이 상처는 엄한 규약상의 처벌보다 더 가혹하고 큰 실망일 수 있다.

A-로드는 중학 시절부터 미래의 슈퍼스타로 주목받았다. 1993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고졸 내야수로는 전무후무하게 1라운드 1번으로 지명돼 이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1998년 40-40 클럽 멤버가 됐으며, 1999년 7월 개장한 투수들의 구장 세이프코 필드에서 40개 이상의 홈런을 쳤다.

그런데 이런 선수가 왜 20대 중반의 팔팔한 나이에 특별한 부상도 없이 세이프코 필드와는 정반대로 장타가 양산되는 알링턴 볼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는 텍사스 이적 후 약물을 복용을 했느냐가 더욱 당혹스러웠던 부분이었다.

약물 복용 시기인 2001·2002년과 그 이후인 2003년 그는 홈런왕에 올랐고, 뉴욕 양키스 이적 후에도 2차례나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던 그다.

그의 변처럼 최대 계약이 주는 정신적 압박감으로 인해 약물을 복용했을 수도 있다. 최고연봉을 받는 선수인 만큼 최고의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개인적인 욕심의 발로일 수도 있다.

남부럽지 않은 뛰어난 재능을 갖춘 그가 과연 약물의 힘으로 몇 개의 홈런을 더 칠 수 있었으며, 몇 타점을 더 올릴 수 있었을까. 그러나 기록적 측면보다 더 아쉬운 것은 왜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희석시켰을까 하는 점이다. 그의 더 큰 잘못은 팬들에게 던진 도덕적 실망감일 것이다.

또한 그 어떤 프로 리그보다 금지 약물 추방을 늦게 제정한 메이저리그 사무국, 자정 작용을 소홀히 했던 구단, 약물 복용을 애써 모른체한 일부 감독들 모두 이런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군가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졌을 때 방관자처럼 ‘충격’ 운운하는 것으로만 덮어버릴 수는 없다. 약물복용 선수에게만 화살을 돌릴 게 아니라 관계자 모두가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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