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매직, 수원을 춤추게 하다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8시 25분


수원의 정규리그 1위는 차범근 감독의 전술운용, 선수기용, 리더십 등 3박자의 절묘한 조화가 이뤄낸 결과이다. 차 감독은 “리그 1위가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챔피언결정전까지는 한 달 여 휴식기가 있어 경기력 유지에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작년 실패를 거울삼아 철저히 준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AFC챔스리그 진출권을 따게 돼 무척 기쁘다.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를 정복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술운용

차 감독의 올 시즌 전술 운용은 한 마디로 ‘변화무쌍’이다. 상대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적절히 달리하는가 하면, 때로는 경기 중에도 과감하게 전술 변화를 꾀했다. “상대가 미리 예측하는 전술은 큰 의미가 없다”는 평소 지론이 그대로 반영된 것.

이날 최종전 인천전도 마찬가지. 전반 최성환, 곽희주, 마토의 스리백에 백지훈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웠던 차 감독은 백지훈의 골로 1-0으로 앞서나가자 후반 시작과 함께 김대의를 투입해 측면 돌파의 임무를 맡기는 동시에 홍순학, 마토, 곽희주, 최성환의 포백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김대의가 박재현과의 매치 업에서 밀리자 후반 중반에는 곧바로 김대의와 홍순학의 위치를 바꿨고, 미드필더로 올라간 홍순학은 결국 승리에 쐐기를 박는 2번째 골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선수기용

수원은 경기 이틀 전 합숙에 앞서 전 선수단이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미팅을 겸한 이 자리에서 차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선수기용은 내 권한이다. 패배의 책임 역시 내가 진다. 너희는 100% 몸을 만들어 나에게 보여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얼핏 들으면 감독의 권위를 내세우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선수들은 이를 “준비만 잘 되어있다면 누구든지 베스트 11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누구든 스스로 몸 관리를 잘 해 감독의 눈에 든다면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는 것. 스타플레이어와 후보, 2군에서 뛰는 선수를 막론하고 수원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열린 리더십

올 시즌 차 감독과 선수들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큰 화제였다.

과거 ‘나를 따르라’ 위주였다면 이제는 아들 뻘 되는 선수도 차 감독에게 스스럼없이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벽이 허물어졌다. 중간에 가교 역할을 잘 해낸 주장 송종국의 역할도 컸지만 무엇보다 차 감독 스스로의 태도가 바뀐 것이 눈에 띈다.

차 감독은 “미니게임이나 볼 뺏기 훈련 등을 할 때 직접 선수들과 함께 뛰곤 했는데 그러고 나면 특히 어린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하더라”며 “작년 시즌 중반부터는 지켜보기만 할 뿐 절대 함께 운동하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이 나를 덜 어려워하게 된 게 이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인천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관련기사]‘V 파랑새’ 발리슛 날리며 돌아왔다

[관련기사]수원 삼성 우승하기까지

[관련기사]박주영 빠진 서울, 더 잘 달렸다

[관련기사]‘15골’ 두두 득점왕

[화보]수원, 인천꺾고 정규 리그 1위 등극! 그 경기 현장속으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