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가을 이야기] 삼성맨 류중일 코치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9시 04분


선수시절 ‘KS 무관의 한’ 여덟번 이겨서 풀어다오

“이런 말 들어봤어요? ‘코치가 먹다 남은 밥은 개도 안 먹는다’고.” 엇비슷한 속담은 들어봤지만 이건 금시초문입니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아세요?” 물론 모릅니다. “속이 새까맣게 탔거든요. 참고 또 참다가 그렇게 되는 거예요.”

삼성 류중일(45·사진) 코치가 들려준 얘깁니다. 오랜 시간 체득한 진리랍니다.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겁니다. 코치가 성질대로 다 질러버리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죠. 물론 꾸짖기도 하지만 가끔은 ‘아부’하면서 구슬리기도 해야 해요.”

코치는 선수들의 선생님입니다. 야구를 잘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복장이 터질 때도 있습니다. 작은 부상에도 드러눕는 선수들을 보면 “내가 너 만할 땐 그것보다 더 한 것도 참고 뛰었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각양각색의 선수들을 모두 품에 안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는 선수들을 친동생처럼 대합니다. 사소한 개인사에까지 귀를 기울입니다. “감독보다 더 선수들과 가까운 게 코치잖아요. 둘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면 팀도 금세 망가져요. 세 시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마음 편히 뛸 수 있게 도와야죠.”

스스로의 긴장은 풀지 못해도 선수들의 긴장은 풀어줘야 하는 게 코치의 역할이랍니다.

사실 그에게서 삼성의 ‘과거’를 들어보려 했습니다. 대구 토박이인 그는 13년간 삼성 선수였고 9년째 삼성 코치입니다. 이만수와 김시진이 떠난 삼성에서 화려했던 시절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내 몸에 파란 피가 흐른다”는 양준혁도,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는 배영수도, 류 코치 앞에서는 명함을 못 내밀 겁니다.

하지만 그는 자꾸만 ‘현재’를 이야기 합니다. 막강했던 옛 타선을 회상하는 대신 철벽같은 지금의 마운드를 자랑스러워합니다.

1991년 준PO에서 때려낸 4연속경기 홈런보다는 코치였던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의 순간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 지금 가르치는 선수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몸담은 이 팀이 그에게는 야구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류 코치에게는 평생 풀 수 없는 한(恨)이 있습니다. 선수 시절 우승을 단 한 번도 못해본 아픔입니다. 그래서 그는 “우승의 환희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아야 한다”고 선수들을 다독입니다. “앞으로 여덟 번만 더 이기면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다”고 목소리도 높여봅니다. 그의 시선은 이미 삼성의 ‘미래’를 향하고 있습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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