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뚫고… 스무살 ‘똑순이’ V꿈 펼쳤다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김인경, LPGA 롱스드럭스챌린지 생애 첫 우승

1988년생 ‘세리 키즈’… 태극낭자 시즌 7승 합작

‘똑순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억척스럽던 그의 눈가에 물기가 가득 고였다. 18번홀에서 평생 잊지 못할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이었다.

김인경(20·하나금융)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댄빌의 블랙호크CC(파72)에서 끝난 롱스드럭스챌린지 최종 4라운드.

김인경은 강풍과 까다로운 핀 위치에 오버파 스코어가 속출한 이날 1타를 잃는 데 그치며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2위 앤절라 스탠퍼드(미국)와는 3타차.

○ 위기가 기회

지난해 LPGA투어 데뷔 후 김인경은 몇 차례 결정적인 우승 기회를 날리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7월 웨그먼스LPGA에서는 마지막 홀의 1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치며 연장 끝에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패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 2, 3라운드를 선두로 마친 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잠을 거의 못 잤다. 다행히 경쟁자들마저 일제히 흔들렸다. 선두를 지키던 그는 17번홀(파4)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낚았다. 티샷이 벙커에 빠졌지만 70야드를 남기고 두 번째 샷을 핀 2.4m에 붙인 것. 2타 차를 유지한 그는 18번홀(파4)에서 보기만 해도 우승인 상황에서 7.6m 버디 퍼트를 컵에 떨어뜨린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승리를 자축했다.

○ 마이웨이

10세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2년 반 동안 홀로 낯선 미국 생활을 견뎌내며 성공 스토리를 썼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2005년 큰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가 그해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까지 했다. 2006년에는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최혜정과 공동 1위로 통과해 프로에 뛰어들었다. 영어를 익히려고 한국 위성방송을 시청하지 않았으며 차가 없어 대중교통 수단으로 광활한 미국을 누볐다. 56도 웨지는 그루브가 닳아서 두 달에 한 번 교체할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로도 유명하다. 우승 직후에는 현지 생중계 인터뷰로 유창한 영어 실력을 선보였다.

○ 세리 키즈 태풍

6월 US여자오픈 때의 일이다. 당시 박인비가 우승하자 오지영과 김인경은 그린 위로 달려가 샴페인을 쏟으며 축하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1988년에 태어나 박세리의 영향을 받아 골프에 매달렸다. 그 후 두 선수는 차례로 LPGA투어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올 시즌 한국 선수는 LPGA투어에서 7승을 합작했는데 평균연령은 20.9세에 불과하다. 우정어린 경쟁은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 여자골프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우승 소감

“더 큰 발전 위한 시작… 1주 쉬고 다시 도전”

숱한 실패의 경험을 거쳐 오늘 이런 영광이 찾아온 것 같다. 14번홀에서 3퍼트로, 16번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위기를 맞았기에 17번홀에서 꼭 버디를 잡으려고 했다. 이 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진 게 약이 돼 더 집중할 수 있었다. 18번홀 버디 퍼트가 들어가고서야 우승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승은 더 큰 발전을 위한 시작이다. 내일(14일) 귀국해 1주를 쉬고 5주 연속 출전할 계획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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