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롯데-삼성 팬들도 진검승부 가리자!

  • 입력 2008년 10월 7일 08시 27분


10월 8일 수요일 저녁 드디어 200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롯데와 삼성전을 시작으로 개막된다. 한국프로야구 출범과 더불어 아직까지 유이하게 연고도시와 팀명이 변함없는 명문 두 팀의 대결. 82년 프로야구 출범이래, 비록 5번 밖에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지 않았지만, 가장 극적인 승부를 팬들에게 선사한 두 팀.

84년의 한국시리즈와 99년 플레이오프는 두 팀의 팬이라면 영원히 기억할 수밖에 없는 시리즈였다. 84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은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너무나 생생히 가슴속에 남아있다. 99년 플레이오프 7차전은 현장에서 지켜보면서,‘호세사태’를 뒤로한 채 중간에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비록 삼성이 당시 6회까지 앞서고 있었지만,‘호세사태’로 경기의 모멘텀은 롯데로 넘어가고 있었기에 경기결과를 확인하지도 않고 운동장을 빠져나온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99년 플레이오프 최종 7차전은 관중들이 너무 깊숙히 개입한 경기였다. 2008 준플레이오프는 온전히 선수들끼리의 진검승부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것이 결과와 상관없이 후유증을 줄이는 길이다.

지금 부산과 대구는 너무 과열되고 있다. 이미 1-4차전 예매표는 시작과 동시에 동이 났다. 부산은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기에 흥분의 정도가 ‘유사이래 최고수준’이다. 지정석 암표는 10만원을 호가하고 있고, 현장 판매분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경기 전날부터 텐트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삶은 팍팍한데 그래도 야구만이 올해 위안을 준 부산 팬들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은 ‘전쟁’이상이다. 대구 팬들은 어떤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이 자랑스럽기도 하겠지만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길 고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도시 대구. 대구 야구팬들의 마지막 자존심은 ‘최강 삼성’으로 집약된다. 차라리 두 팀의 승부가 일방적으로 전개된다면 후유증은 최소화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4-5차전으로 승부가 이어진다면 두 구단은 ‘위험관리(Risk Management)’에 각별히 신경써야한다. 특히 주말 대구 경기는 롯데 팬들의 대규모 원정이 준비되어 있다.

롯데 팬들은 경기장에 일찍 입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과거에도 대구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포스트시즌 경기 때 예매한 롯데 팬들은 일찍 입장하고, 암표상의 독점으로 표를 구하지 못한 삼성 팬들은 경기 시작 후까지 경기장 밖에서 입장하지 못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곤 했다. 따라서 2008 포스트시즌에서 KBO가 인터넷 예매 비율을 80% 이상으로 늘린 것은 경기장 입장 시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경기장 앞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의 공분을 살 수가 있다.

이제 수요일이면 2008‘가을야구’가 시작된다. 팬들 입장에서는 승부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겠지만, 결과에 승복하자. 스포츠가 아름다운 건, 다른 어떤 영역과 달리 ‘진검승부’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팬들의 일탈로 인해 경기를 망치는 상황이 도래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 패배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이 가을, 프로야구의 정정당당한 참 가치가 발현되길 기대하면서….

전용배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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