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jing못다 한 이야기]<10>역도 윤진희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받기만 하다 줄 수 있게 돼

베이징서 새로 태어났어요”

베이징 올림픽 역도 53kg급 은메달리스트 윤진희(22·한국체대·사진)는 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을 찾았다.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생활이 어려운 축구 유망주 한성찬(11) 군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따뜻한 밥과 국으로 저녁을 함께하며 마음을 나눴다.

윤진희는 “좀 생소했어요. 매번 도움만 받다가 남을 도울 수 있게 되니까요”라며 웃었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재가해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랐다. 윤진희가 베이징에서 들어 올린 것은 역기가 아니라 삶의 희망인 셈이다.

그는 “올림픽 이후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니까 책임감도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윤진희는 아직도 자신에게 쏠리는 인기가 낯설다고 한다. 중고교생들은 그를 보고 카메라폰을 눌러대고, 미니홈피 ‘일촌 신청(친구 신청)’을 한 사람이 수백 명에 이른다. ‘식당에서 음식 값을 안 받은 적은 없었느냐’고 물었더니 윤진희는 “음료수 공짜 정도는 있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윤진희는 이미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다음 달 열리는 전남 전국체전을 앞두고 이달 1일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다시 바벨을 잡기 시작한 것.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4∼5시간씩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시 빡빡한 훈련 생활에 들어간 윤진희의 가슴 한구석에는 죄송스러움이 남아 있다. 친딸처럼 자신을 돌봐준 고 김동희 코치가 안치된 부산에 있는 납골당에 아직 찾아가 보지 못한 것.

윤진희는 “한국에 돌아오면 메달을 들고 가장 먼저 부산으로 내려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너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마음고생도 많았다. 그는 “메달을 딴 뒤 많은 분이 김 코치님을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 코치님 얘기를 꺼낸 건데, 일부에서는 ‘윤진희가 이것(김 코치) 때문에 떴다’고 얘기를 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윤진희는 “누가 뭐래도 제게는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분”이라고 말했다.

윤진희는 내년 11월 경기 고양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정상 등극을 노린다. 최종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이다.

‘못다 한 얘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처럼만 역도에 대한 관심이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역도가 비인기 종목이지만 경기장에 와서 보시면 느낌이 정말 다르고, 재미가 있거든요. 많이 와 주세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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