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jing못다 한 이야기]<1>마린보이 박태환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4분


10일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박태환이 관중으로부터 건네받은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0일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박태환이 관중으로부터 건네받은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온 국민을 행복하게 했던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세계를 호령했던 우리 선수들의 멋진 모습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많았다.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정식종목으로는 마지막으로 치러진 대회에서 극적으로 13번째 금메달을 따낸 야구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는 태극전사들이 있어 더없이 즐거웠던 17일간이었다. 국민을 웃기고 울렸던 선수들의 못다 한 이야기를 통해 이번 올림픽을 되돌아본다.》

“400m 선택과 집중, 초단기 金조련”

‘400m냐 1500m냐.’

2007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한동안의 방황을 끝낸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수영에만 전념하겠다”며 2월 스승 노민상(52) 경영대표팀 감독에게 되돌아갔을 때의 일이다.

노 감독과 송홍선(37)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태에서 어느 종목에 치중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원래 박태환의 주종목은 자유형 1500m. 그런데 당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또 1500m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시간이 부족했다. 1500m는 육상 마라톤같이 기본적으로 많은 훈련양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래서 내린 판단이 ‘400m에 치중하며 1500m도 도전해 보자’였다.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박태환이 어느 순간부터 ‘지옥의 레이스’인 1500m 훈련을 꺼리는 점도 감안됐다.

2개월 뒤인 4월 열린 동아수영대회. 박태환은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아시아기록을 세우고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이며 400m에 집중한 판단이 적중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400m에서 3분41초86의 아시아기록으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고 200m에서도 1분44초85의 아시아기록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예상대로 1500m에서는 예선 탈락했다.

사실 200m와 1500m를 동시 석권하기는 육상에서 100m와 마라톤에서 동시에 우승한 것과 비슷할 정도로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400m와 1500m는 훈련 방법이 비슷해서 동시 우승하기가 훨씬 쉽다. 400m 선수가 200m를 동시 석권하기도 어렵다. 400m는 지구력과 스피드가 동시에 좋아야 하지만 200m는 지구력보다는 스피드에 의존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또 100m 주종목 선수 중 스피드 좋은 선수들은 200m도 함께 한다. 스피드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어떤 선수들이 치고 올라올지 몰라 금메달을 보장하지 못한다. 1500m와 400m를 놓고 볼 때 400m도 선수층이 두꺼워 4년 뒤 금메달을 확신하진 못한다.

그래서 노 감독과 송 박사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박태환이 200m보다는 1500m에서 잘 해주기를 바랐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태환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2관왕에 도전하기 위해선 이미 검증된 400m와 1500m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 200m에서 박태환은 마이클 펠프스(1분42초96·미국)에게 무려 2초 가까이 뒤져 우승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4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모든 것을 종합해 박태환이 4년 뒤 ‘수영 황제’로 등극하기 위해선 400m와 1500m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노 감독과 송 박사의 결론이다. 특히 박태환은 생리적으로 세계적인 심폐지구력을 타고나 1500m에 더 적합하다.

문제는 박태환의 의지다. 훨씬 힘든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기회만 있으면 노 감독에게 “1500m보다는 400m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19세로 훈련보다는 아무래도 자유롭게 지내는 데 관심이 많다. 게다가 이젠 월드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노 감독과 송 박사가 박태환의 ‘포스트 금메달’을 걱정하고 있는 이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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