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주의 귀여운 각오 “선발 가능합니다…3이닝 정도”

  • 입력 2008년 8월 1일 08시 57분


31일 광주 LG전을 앞둔 KIA의 훈련시간.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심히 지켜보던 조범현 감독은 훈련을 끝내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려는 투수 한기주를 불러 세웠다. “이리 와봐. 오늘 얼마나 던질 수 있냐.” 전반기 마지막 게임이니까 비록 마무리를 맡고 있더라도 평소보다 좀 더 던져야하는데 어느 정도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부끄러움을 잘 타는 한기주는 감독의 뜻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평소와 달리 “선발로도 던질 수 있습니다”며 힘차게 말했다.

예상(?) 밖 씩씩한 대답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조 감독, “그럼 5이닝 던질 수 있냐”며 되물었다. 어차피 선발로 나간다는 건 불가능하니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제서야 한기주는 아차 싶었던지 “3이닝만 던지겠습니다”며 갑자기 꼬리를 내렸다.

비록 나중에 약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상황에 따라 기꺼이 더 많이 던질 수 있다는 한기주의 각오를 확인한 조 감독. 무뚝뚝했던 모습에서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바뀌며 한마디 덧붙였다. “오늘 많이 던질 수 있으니까 미리 준비해.”

광주|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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