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수비수 람, 생애 최고의 순간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꼬마 병정’의 포효독일의 필리프 람(앞)이 터키와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직후 상의를 걷어 올린 채 달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170cm로 독일 대표팀에서는 비교적 단신인 람은 수비수이면서도 드리블, 스피드, 슈팅력을 모두 갖췄다. 바젤=로이터 연합뉴스
‘꼬마 병정’의 포효
독일의 필리프 람(앞)이 터키와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직후 상의를 걷어 올린 채 달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170cm로 독일 대표팀에서는 비교적 단신인 람은 수비수이면서도 드리블, 스피드, 슈팅력을 모두 갖췄다. 바젤=로이터 연합뉴스
후반 45분 결승골… 터키 ‘불사조 투혼’ 잠재워

이변을 향한 열정은 뜨거웠지만 관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로(유럽축구선수권) 2008 4강전 독일-터키의 대결은 독일의 3-2 역전승으로 끝났다.

독일과 터키는 축구 외적으로도 민감하다. 옛 서독이 경제 부흥기에 수많은 터키 이주 노동자를 불러다 쓰면서 독일 내 터키인이 늘어났다. 그러나 최근 독일 내에서는 터키인들이 독일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인식이 늘면서 양 민족 간의 감정은 좋지 않다. 일부 외신에서는 이번 4강전을 앞두고 ‘민족주의 대결’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26일 스위스 바젤 세인트 야코프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독일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주전 멤버가 대거 부상과 경고 누적 등으로 빠진 터키(20위)가 오히려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전반전을 지배했다.

터키는 전반 22분 세미 셴튀르크가 날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우르 보랄이 이를 다시 밀어 넣어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나 독일은 전반 26분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동점골을 넣었다. 독일은 후반 33분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헤딩으로 역전골을 넣으며 앞서 나갔다. 하지만 터키는 후반 41분 셴튀르크가 동점골을 넣으며 투혼을 발휘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은 독일 수비수 필리프 람.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동료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문전까지 치고 들어간 뒤 터키 골키퍼 옆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독일은 1972년, 1980년, 1996년에 이어 사상 네 번째 정상에 도전하게 됐다. 독일 주장 미하엘 발라크는 “전반전은 좋지 못했고 후반전에서도 고전했지만 우리는 정신력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우리는 위대한 업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공격수 콜린 카짐은 “우리 팀은 동료들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신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터키는 졌지만 9월부터 시작되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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