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사다 지로가 정의하는 타짜는 “언제나 포커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성격이 좋아서 주변에 적이 없고, 무엇보다 승운이 따르는 사람”이다. 진정한 타짜는 후천적 노력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라고 그는 설파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의 탁월한 팀 매니지먼트 능력은 ‘야구계의 타짜’란 별칭에 모자람이 없다. 실제 김 감독은 갬블을 싫어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여유도 없지만 일이 있어 외국에 나가면 짬짬이 즐겼다.
김 감독은 갬블에 대해 “전부 운”이라고 잘라 말한다. 갬블을 야구로 바꿔도 김 감독의 화법은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확률이 떨어져 보여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대박을 터뜨리는 김 감독 특유의 선수 발굴법이나 경기 운영법이 연상된다. 미국에서 2달러를 걸어 2000달러 잭팟을 떠뜨린 적도 있었는데 딴 돈은 전부 주변에 나눠줬다. 김 감독 주변에 왜 사람이 따르는지 짐작가는 대목이다.
반면 또 한 명의 명장 SK 김성근 감독은 갬블에 대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일본 파친코에서 2000엔,3000엔 없어지는데 30분이면 그만이다. 그 돈으로 우동이나 사먹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철두철미 합리주의자를 지향하는 김 감독으로선 객관적 승률이 지극히 낮은 갬블이 선천적으로 맞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김 감독의 철저한 자기 절제가 곧 SK의 무결점 야구로 이어졌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대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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