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김의 야구론…“잭팟” VS “데이터”

  • 입력 2008년 5월 2일 08시 46분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는 스스로를 일컬어 “소설 쓰는 갬블러”라 칭한다. 얼마나 도박을 좋아하면 ‘세계 카지노 기행’이란 에세이집까지 냈을 정도다.

이런 아사다 지로가 정의하는 타짜는 “언제나 포커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성격이 좋아서 주변에 적이 없고, 무엇보다 승운이 따르는 사람”이다. 진정한 타짜는 후천적 노력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라고 그는 설파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의 탁월한 팀 매니지먼트 능력은 ‘야구계의 타짜’란 별칭에 모자람이 없다. 실제 김 감독은 갬블을 싫어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여유도 없지만 일이 있어 외국에 나가면 짬짬이 즐겼다.

김 감독은 갬블에 대해 “전부 운”이라고 잘라 말한다. 갬블을 야구로 바꿔도 김 감독의 화법은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확률이 떨어져 보여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대박을 터뜨리는 김 감독 특유의 선수 발굴법이나 경기 운영법이 연상된다. 미국에서 2달러를 걸어 2000달러 잭팟을 떠뜨린 적도 있었는데 딴 돈은 전부 주변에 나눠줬다. 김 감독 주변에 왜 사람이 따르는지 짐작가는 대목이다.

반면 또 한 명의 명장 SK 김성근 감독은 갬블에 대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일본 파친코에서 2000엔,3000엔 없어지는데 30분이면 그만이다. 그 돈으로 우동이나 사먹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철두철미 합리주의자를 지향하는 김 감독으로선 객관적 승률이 지극히 낮은 갬블이 선천적으로 맞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김 감독의 철저한 자기 절제가 곧 SK의 무결점 야구로 이어졌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대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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