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수난의 성화 봉송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26일 일본 나가노(長野) 현 나가노 시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서 폭행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6명이 체포되는 등 적지 않은 소동이 벌어졌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성화 봉송 코스 주변에는 약 8만5600명이 몰렸다. 대부분은 중국 국기를 든 현지 중국 유학생이거나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든 티베트 지지자였다.

나가노 현 경찰은 당초 예정보다 6배나 많은 3000명의 경찰을 동원해 삼엄한 경비를 폈다. 경찰은 투명방패를 든 경찰관 5명으로 성화 봉송 주자를 둘러싼 뒤 다시 바깥쪽에 100명의 경찰을 배치하는 등 이중으로 ‘인의 장막’을 쳤다. 호위 경찰은 물론 중국 측 요원 2명도 지근거리에서 주자와 함께 달렸다.

이 때문에 봉송로에서는 성화 주자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아 ‘시민 부재 행사’, ‘(성화 봉송이 아닌) 성화 호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성화 봉송 행사에선 80명 중 10번째 주자인 탤런트 하기모토 긴이치(萩本欽一) 씨가 달릴 때 처음 물리적인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요코하마(橫濱) 시에 사는 한 남성(33)이 봉송 행렬을 향해 불이 붙지 않은 발연통과 선전물을 투척한 것.

이어 다른 주자가 달리는 동안에도 달걀과 토마토를 던지거나 코스에 뛰어드는 사례가 꼬리를 물었다.

이달 1일부터 세계를 일주 중인 올림픽 성화는 도처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구호로 내걸었던 ‘조화의 여정(和諧之旅)’이라기보다는 되레 ‘고난의 여정’이 돼 버렸다.

올림픽 성화의 수난은 채화 단계부터 시작됐다. ‘국경 없는 기자회’ 소속 회원 3명이 류치(劉淇)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주석의 연설 도중 중국 정부의 티베트 무력 진압에 항의하며 채화식을 중단시켰다.

성화의 수난은 봉송 단계에서 더욱 심해졌다. 2일 터키의 이스탄불에서는 중국 위구르인 200여 명이 성화 봉송 주자를 가로막고 독립 요구 시위를 벌였다. 6일 런던에서는 시위대가 성화 탈취를 시도하고 소화기로 성화를 끄려 했으며, 7일 파리에서는 올림픽 주최 측이 성화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성화를 세 차례나 끄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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