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中 미답봉 원정대 등정기]<3>1주일째 제자리…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중국 쓰촨 성 미답봉 원정대를 이끌고 있는 박영석(45·골드윈코리아 이사, 동국대OB) 대장은 25일 서울에서 가져온 30만 원짜리 6년산 홍삼을 짐 속에서 꺼냈다.

눈에 안개까지 뿌옇게 낀 악천후가 계속되면서 원정대가 베이스캠프(해발 3900m)에서 머물기 시작한 지 이날로 벌써 6일째. 예정대로라면 벌써 이번 원정의 등정 목표로 삼고 있는 두 개의 봉우리 랑거만인(6294m)과 다둬만인(6380m) 둘 중 하나는 거의 올랐어야 할 시점이라 박 대장은 속이 탔다.

박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40차례를 포함해 히말라야 산에 60여 차례 다녔지만 이번처럼 안개가 매일같이 끼는 날씨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마침내 이날 새벽 쓰촨 성 간쯔자치주 신싱 향 궁가산 일대의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자 박 대장은 지체 없이 송준교(35·SM그룹 대우라이프), 신동민(34·골드윈코리아), 이형모(29·노스페이스) 대원을 동벽 루트로 급파했다. 대원들이 다둬만인 봉우리 밑 5100m 고지의 계곡 제1 캠프 자리까지 보고 돌아온다면 다음 날 모두 짐을 꾸려 그곳으로 올라갈 계획이 세워졌다.

박 대장은 다음 날의 ‘거사’를 앞두고 대원들을 위해 손수 홍삼을 코펠에 담아 버너로 정성스럽게 달이기 시작한 것이다. 새벽에 산으로 올라갔던 대원들은 다행히 5100m 높이에 캠프 자리를 확보하고 오후 5시쯤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내려왔다.

이날 본부 텐트에서 저녁식사가 끝난 뒤 박 대장은 이날 내내 달였던 홍삼 물을 대원들에게 한 잔씩 돌렸다. 하지만 밤부터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결국 제1 캠프까지의 이동 계획도 다시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로 기약 없이 미뤄지고 말았다.

원정대는 날씨가 좋아지는 대로 제1 캠프로 이동한 뒤 강행군으로 5일 이내에 2개의 봉우리를 모두 오른다는 계획이다.

신싱=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고지대 텐트 생활 고달프지만 베테랑 주방장 덕 입은 즐거워▼

꼼짝없이 베이스캠프에 갇혔다. 눈은 우박으로 바뀌기도 하고 잠깐 그치기도 했지만 꾸준히 지겹게 내리고 있다.

1주일 넘게 대부분의 시간을 텐트에서 보내는 생활이다. 3900m로 고도가 높은 데다 운동량까지 적어져 대원들의 식욕이 떨어지는 이 시기에 식량 담당 대원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맛있는 식사야말로 지루한 산속 일상에서 유일무이한 즐거움이 되기 때문.

원정대에서 식량 담당은 신동민(34·골드윈코리아) 대원. 지난해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로체 남벽(8516m) 등반 때도 주방장으로 활약한 베테랑이다.

그는 이번 원정을 떠나기 전 대원 7명이 25일간 먹을 쌀과 반찬 등의 음식을 직접 준비했다.

신 대원은 “고산 등반대의 경우 칼로리가 높으면서 흡수성이 좋은 재료를 준비하며 보관성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1 캠프 자리를 보러 산행을 한 25일을 빼고 24, 26일 이틀 간 내놓은 식사는 이렇다. 24일 아침 북엇국, 점심 김치말이국수, 저녁 돼지갈비찜, 26일 아침 계란국, 점심 수제비, 저녁 청국장. 3900m 높이의 산속에서 실로 호화로운 식단이다.

대구대 산악부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 후 5년간 제빵 기술자로 일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등반 능력도 2000년 에베레스트(8850m) 등반을 포함해 수준급이다.

신싱(쓰촨 성 간쯔자치주)=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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