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발끝에 남북이 숨죽인다

  • 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너’를 넘어야 ‘우리’가 산다.” 한국축구대표팀의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왼쪽)과 북한축구대표팀의 정대세(24·가와사키 프론탈레·오른쪽). 26일 오후 8시 중국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남북 대결은 두 간판스타의 자존심 대결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과 정대세는 양 팀 공격의 핵. 박지성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그라운드에 활력을 불어 넣는 ‘산소탱크’. 정대세는 거침없는 질주에 이은 슈팅으로 ‘원 샷, 원 킬’의 능력을 갖춘 특급 골잡이. 둘 다 전방에서 뛰는 공격수라 직접적인 맞대결은 없겠지만 둘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부의 추가 기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1호 박지성은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로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감독이 아끼는 선수다. 허정무 감독도 “박지성 같은 선수가 몇 명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 박지성은 중앙 및 측면 공격수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그의 존재만으로 허 감독은 전술상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24일 대표팀에 합류한 박지성은 “북한전이 처음이라 꼭 이기고 싶다. 과정보다는 결과(이기는 것)가 중요하다. 몸 상태는 좋다. 정대세 얘기는 들어봤다. 하지만 나는 북한 전체를 상대하지, 특정 선수를 상대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정대세는 전형적인 골잡이. 181cm, 80kg으로 체격이 다부진 정대세는 까까머리에 강인한 인상, 그리고 저돌적인 플레이 때문에 ‘북한판 웨인 루니’로 불린다.

정대세는 지난해 6월 마카오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예선 3경기에서 8골을 넣어 득점상을 받았다. 지난달 중국 충칭에서 열린 같은 대회 본선에서도 2골로 공동 득점상을 수상했다. 당시 한국전에서는 0-1로 뒤지다 벼락같은 동점골로 무승부를 만들었다.

이날 안영학(수원 삼성)과 함께 상하이에 입성한 정대세는 “솔직히 박지성은 나보다 수준이 높은 선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을 넣고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상하이=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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