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샌 물안경 김 샌 기록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코멘트
박태환 월드컵수영 400m 金…개인 최고기록에 2초 이상 늦어

수영 경영 출발 때 고개를 들면 물안경이 살짝 들리면서 물이 들어온다. 수영 선수들이 스타트 때 고개를 숙이고 물에 뛰어드는 이유다. 기록에 대한 욕심 때문에 급하게 뛰어들다 보면 고개를 숙이지 못해 물안경에 물이 들어와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마린 보이’ 박태환(18·경기고·사진)도 물안경에 물이 들어 고생했다. 그러나 우승은 그의 몫이었다.

14일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스달 수영장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쇼트코스) 5차 시리즈 자유형 400m 결승. 박석기 감독은 3분 42초 14로 1위로 들어온 박태환의 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던 것이다. 박 감독은 “스웨덴에서 새로 산 물안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지만 박태환 같은 ‘프로’가 물안경을 잘못 썼을 리는 없을 터.

박태환은 이날 예선 2위 파울 비더만(독일)이 결승에서 기권해 여유 있는 레이스가 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0.67초의 가장 빠른 출발 반응 시간을 보이며 독주 끝에 우승했다. 2, 3위를 차지한 니컬러스 스프렝거(3분 44초 25·호주)와 마스 글레스네르(3분 45초 21·덴마크)는 한 수 떨어지는 경쟁 상대라 기록에 욕심을 냈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박태환은 물안경 탓에 2일 호주 시드니대회에서 세운 쇼트코스 400m 개인 최고기록(3분 39초 99)에 2초 이상 늦은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박석기 감독은 “월드컵 출전은 훈련의 일환이기 때문에 메달보다는 기록을 꾸준히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비더만의 기권으로 예선 9위였던 박태환 훈련 파트너 박영호(서울체고)도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승에 합류했지만 3분 57초 32로 8위에 머물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