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뚝 선 ‘3인방’…동주-재현-호준의 의미있는 가을

  • 입력 2007년 11월 6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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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의 김동주, SK 와이번스의 김재현과 이호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한 선수들이라는 사실이다. 김동주는 두산의 4번타자로 활약했고, 김재현과 이호준은 SK의 3-4번을 맡으며 SK의 창단 첫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한 중심타자라는 점보다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199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기생이라는 것. 당시 졸업한 해에는 유난히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김동주, 김재현, 이호준의 기량은 단연 돋보였다.

‘좌(左)재현’-‘우(右)동주’-‘남부 이호준’이라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로 3명의 기량은 걸출했다.

신일고의 간판타자로 활약한 김재현은 고교시절부터 날카로운 배팅솜씨를 자랑했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배트스피드 덕에 프로에서도 통할 즉시전력감으로 인정 받았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대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MVP를 차지한 김재현의 활약이 없었다면 SK의 창단 첫 우승은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김동주 역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지금은 큰 덩치에서 나오는 홈런포가 트레이드마크이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능선수였다. 팀의 중심타자를 맡으면서 빠른 직구를 뿌리는 에이스로 활약했다. 또 유격수와 3루수로 활약하며 물샐 틈 없는 수비를 자랑했고, 야구센스와 파워에서도 견줄 선수가 없었다.

남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였던 이호준의 기량도 대단했다. 야구명문 광주일고 소속이었던 이호준은 김동주와 마찬가지로 투타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KIA의 전신인 해태에 입단했을 때에도 타자가 아닌 투수로 지명을 받았다.

고교무대를 평정했던 3인방은 프로에서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신인 첫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프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김재현은 오랫동안LG 트윈스의 간판타자로 활약했으며 SK로 팀을 옮긴 뒤에도 변함없이 날카로운 타격솜씨를 뽐내고 있다. 잦은 부상으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가장 빠른 배트스피드’를 자랑하는 그의 타격에는 다른 선수에겐 없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김재현, 이호준과 달리 대학을 거쳐 뒤늦게 프로에 입단한 김동주는 현역 최고의 우타자로 거포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보여준 다재다능함은 사라졌지만 정교하면서도 파워넘치는 그의 타격은 투수들을 공포에 몰아 넣기에 충분하다. 드넓은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홈런왕도 여러 차례 차지했을 것이다.

이호준도 프로에서 수준급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데뷔 초반 투수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이호준은 타자로 전향하면서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장성호에 밀려 1루자리를 내주고 SK로 이적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팀을 옮긴 뒤 재능이 폭발하며 인천을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 들었지만 성적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더 많은 홈런과 타점을 쓸어 담을 것이다.

이처럼 아마와 프로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이들 3인방에게 이번 가을은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김재현은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시즌 내내 계속된 부상과 부진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1994년 데뷔 첫 해 우승 이후 13년만에 다시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으며 처음으로 코나미컵시리즈 무대도 밟게 됐다. ‘캐넌히터’ 김재현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알린 것만으로도 김재현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을이 될 것이다.

김동주의 깊어가는 가을도 아름답다. 아쉽게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일본 프로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어 일본에 진출한다면 엄청난 몸값을 받는 대형선수가 될 수 있다. 또 12월초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지역예선에는 대표팀의 4번타자로 기용될 예정이며, 예선전이 끝난 뛰에는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게 된다.

이호준도 이번 가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본 이호준은 코나미컵시리즈에서 타이론 우즈와 4번타자 대결을 펼친다. 우즈와의 대결에서 승리한다면 이호준의 몸값과 가치는 하늘 높이 치솟아 FA 시장에서 연봉대박을 기대할만하다. 게다가 김동주가 일본으로 떠날 경우 우타거포 중에서는 최고선수인 이호준의 몸값은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고교시절 전국무대를 휩쓸었던 김동주, 김재현, 이호준. 1993년의 영광을 재현한 3인방이 이번 가을 또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는 거포 3인방 김동주-김재현-이호준(왼쪽부터). 사진=두산,SK 홈페이지]

스포츠동아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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