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정수장에 야구장 건설’ 놓고 문화재청-서울시·야구협 대립

  • 입력 2007년 9월 1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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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메카’는 헐어도 되고 ‘정수장 터’는 보존해야 한다?”

문화재청이 12일 서울시와 대한야구협회가 간이야구장을 세우기로 합의한 구의정수장(서울 광진구 구의동) 용지를 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야구협회 등 야구 관계자들은 13일 구의 간이야구장이 건설되지 않을 경우 동대문야구장 철거를 백지화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예정대로 동대문야구장을 11월 철거하고 구의정수장 용지에 야구장을 세우지 않으면 내년에 제62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등 아마추어대회를 여는 데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1936년에 지어진 구의정수장이 한국 수도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근대산업시설로 보존 가치가 크고 수도박물관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등록문화재 예고 기간을 한 달 정도 거친 뒤 문화재위원회 최종 심의에서 (구의정수장 등록문화재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문화재청을 끝까지 설득해 간이야구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광석 균형발전추진본부 정비팀장은 “조만간 구의정수장 일부를 보전하고 나머지 터에 야구장을 짓는 내용의 현상변경신고를 문화재청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종장 체육과장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으면 공사는 한 달이면 된다. 객석이 400석 규모인 데다 인조잔디만 깔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야구협회는 문화재청의 처사에 반발하고 있다. 동대문야구장은 1925년 10월 경성운동장으로 처음 문을 연 것으로 추정되고 1959년 현재 규모의 야구장으로 조성돼 구의정수장 못지않은 문화재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

구경백 대한야구협회 이사는 “구의정수장 야구장 계획이 무산되면 동대문야구장도 철거하지 않기로 서울시와 구두 합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대한야구협회는 3월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는 대신 구로구 고척동에 2만 석 규모의 하프 돔 야구장(2010년 완공 예정)과 구의·신월 정수장 용지 등에 총 6개 구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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