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선수 길들이기'

  • 입력 2007년 8월 22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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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을 6개월여 앞둔 상태에서도 당시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은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당시 포항)의 대표팀 발탁을 계속 미뤘다. 부상 중이던 홍명보가 "완쾌돼 언제든 경기에 뛸 수 있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히딩크 감독은 "아직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그리고 월드컵을 약 3개월 남겨둔 2002년 3월에야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효과는 대단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대표팀의 맏형인 홍명보를 히딩크 감독이 좌지우지 한다는 생각에 다른 선수들도 더 열심히 뛰는 결과를 낳았다. 그만큼 히딩크 감독은 선수 '길들이기'에 능했다.

러시아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히딩크 감독이 다시 선수들을 다잡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로이터통신은 히딩크 감독이 22일 모스크바에서 열릴 폴란드와 친선경기를 앞두고 20일 대표팀 소집에 지각한 주전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CSKA 모스크바)에게 귀가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히딩크 감독은 "난 항상 선수들의 요구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교통체증이나 사고 등 규칙을 적용하는 데 예외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그나셰비치는 소집 며칠 전 전화를 걸어 교통사정 때문에 늦을 것이라고 알려왔다. 그래서 집에서 일찍 출발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늦었다. 틀림없이 내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이라며 불쾌해했다. 히딩크 감독은 "다른 도시에서 오는 다른 선수들은 모두 제 시간에 도착했다. 왜 이그나셰비치만 달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칙을 중시하고 팀워크를 강조하는 히딩크 감독은 특히 스타플레이어들을 다루는 솜씨로 유명하다. 2002한일월드컵 때는 안정환 등 스타플레이어들에게 "고급차를 타고 훈련장 오지 말라"며 자극을 주기도 했다. 그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도중에는 동료에게 감독의 선수기용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은 에드가 다비즈를 귀국시켰다. 과연 히딩크 감독의 러시아대표팀 길들이기도 성공할 것인지 관심거리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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