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캐디백의 진짜 주인은 우즈가 아닙니다”

  • 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0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2·미국)가 우승한 순간 맨 먼저 다가와 포옹하는 상대는 누굴까. 아마 전담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44·뉴질랜드)일 게다.

우즈는 지난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도 챔피언을 확정짓는 파 퍼트를 넣은 뒤 윌리엄스와 껴안으며 시즌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기쁨을 나눴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린 우즈가 울음을 쏟자, 윌리엄스 역시 눈물을 흘리며 위로했다.

9년 넘게 호흡을 맞추며 감동과 흥분의 장면을 자주 합작하다 보니 윌리엄스도 덩달아 상한가다.

우즈 덕분에 언론이나 갤러리에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윌리엄스는 아예 개인 스폰서까지 생겼다. 보통 캐디들은 소속 프로선수가 계약한 업체의 의류를 얻어 입기 마련이지만 윌리엄스는 따로 후원받는 자동차 엔진오일로 유명한 발보린의 로고가 찍힌 옷을 입는 조건으로 몇 년째 연간 수십만 달러를 받는다.

그와 우즈의 인연은 1999년 3월로 흘러간다. 당시 우즈는 ‘콧수염 캐디’ 마이크 코완과 갈등을 빚은 끝에 결별한 뒤 스윙코치 부치 하먼의 소개로 윌리엄스를 만났다. 우즈의 집으로 찾아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바로 캐디 계약을 할 만큼 잘 통했다.

6세 때 동네 골프장에서 처음 캐디를 했다는 윌리엄스는 10세 때 주말마다 캐디로 36홀을 돌면서 해질 무렵 공을 쳤다. 13세 때 핸디캡 2의 실력을 갖췄지만 “골프하는 것보다 캐디가 더 재미있다”며 15세 때 아예 고교를 중퇴하고 유럽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프로 캐디의 길을 걸었다. 그레그 노먼(호주)의 가방을 9년 가까이 메다 “너무 친해져 불편하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캐디로 잔뼈가 굵어졌기에 풍부한 경험을 지녔고 필드를 떠나 있을 때는 카 레이서로 활동하는 ‘이색 경력’까지 곁들여져 우즈와는 ‘궁합’이 잘 맞았다.

‘역전 불허’로 잘 알려진 우즈는 경기 막판 고비에서 윌리엄스가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힘을 얻는다. 2005년 마스터스 최종일에는 우즈가 막판 2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크리스 디마르코(미국)에게 동타를 허용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상대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넌 숱하게 하지 않았느냐. 해낼 수 있다”며 격려한 끝에 결국 ‘그린 재킷’을 입게 했다. 윌리엄스는 때론 우즈의 스윙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갤러리와 취재진의 카메라까지 빼앗아 내던지는 기행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충복’이다.

우즈는 “윌리엄스는 매우 긍정적이며 항상 나를 즐겁게 만든다. 그가 없었더라면 우승하지 못했을 대회도 많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윌리엄스는 바람에 따른 클럽 선택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게 우즈의 얘기. 우즈는 윌리엄스의 자존심을 세워 주기 위해 뉴질랜드를 방문해 자동차 경주대회까지 참가할 만큼 뜨거운 우정을 보였다.

보통 캐디는 대회 성적에 따른 수고비로 선수 상금의 5∼10%를 받는다. 10위 밖으로 밀려나면 5%, 톱10에 들면 7%, 우승하면 10%가 주어지는 게 이른바 ‘시가’.

우즈는 윌리엄스를 만난 뒤 PGA 투어에서만 통산 51승을 올리며 통산 상금으로 6758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우즈 상금에서 평균 7.5%를 받았다면 윌리엄스는 최소 500만 달러(약 46억5000만 원)를 챙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우즈가 한 시즌 900만 달러 이상의 상금을 벌어들인 2000년, 20005년과 지난해에는 우즈의 특별 보너스 등을 합하면 연간 100만 달러 가까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PGA 투어 캐디의 평균 주급이 650달러에 연봉이 3만 달러 정도인 걸 감안하면 하늘과 땅 차이.

일약 뉴질랜드의 ‘스포츠 영웅’으로 떠오른 윌리엄스는 자국의 주니어 골퍼 육성을 위한 자선기금으로 거액을 내놓기도 했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캐디들 사이에서는 윌리엄스가 ‘황금 가방을 멘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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