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지 않는 이승엽, 팀 공헌도는 높아져

  • 입력 2007년 4월 19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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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31)이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은?

이승엽의 시즌 초반 페이스는 지난해보다 다소 처진다. 19일 히로시마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18경기를 치른 이승엽의 성적은 홈런 4개에 11타점 타율 2할9푼9리. 작년 초 18경기에서 이승엽은 홈런을 5개를 때려 올해와 큰 차이는 없으나 타점 17에 타율은 3할대 중반이었다.

분명히 성적만 보면 지난해만 못하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다소 달라졌다. 바로 팀 공헌도가 높아진 것.

이승엽이 올 시즌 홈런을 때린 경기에서 요미우리가 항상 승리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요코하마와의 개막전에서 나온 이승엽의 올해 첫 홈런과 지난 18일 히로시마전에서 나온 홈런은 나란히 동점포로 팀 역전에 발판을 마련한 귀중한 홈런이었다. 나머지 2개의 홈런 역시 3점차 이내의 리드 상황에서 나온 의미 있는 홈런.

지난해 이승엽의 홈런은 유난히 팀이 패한 경기에서 많이 나왔다. 통계에 따르면 이승엽이 홈런을 때린 36경기에서 요미우리의 승률은 16승 20패로 4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이승엽의 홈런이 영양가가 없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올해는 정 반대다. 이승엽은 매번 승부에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홈런을 때리고 있고 그 경기는 늘 요미우리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있다. 이승엽의 팀 기여도가 지난해보다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요미우리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이승엽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개인 성적에 주안점을 둬야 했던 반면 올해는 팀 내에서 확실히 입지를 구축해 여유를 찾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즌 전부터 이승엽은 ‘요미우리의 우승에 공헌하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을 만큼 팀 승리에 우선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인상이다. 실제로 이승엽은 시즌 초반 어깨 부상이라는 복병을 만난 탓도 있지만 풀스윙 대신 밀어치는 팀 배팅을 자주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전체적인 요미우리의 전력 상승도 이승엽에게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요미우리는 주전들의 무더기 부상과 선발진 붕괴로 이승엽의 맹타에도 불구하고 뒷심이 달려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보였다.

그러나 올 시즌 요미우리 타선은 짜임새가 좋아졌다. 특히 다카하시와 다니, 오가사와라 등 1,2,3번 타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4번타자 이승엽에 대한 견제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여기에 에이스 우에하라가 빠져 우려됐던 마운드는 예상 외로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팀 타선을 든든히 보좌하고 있다. 이승엽이 홈런을 쳐도 질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느꼈던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요미우리는 19일을 기점으로 주니치를 밀어내고 샌트럴리그 단독 선두로 부상했다. 팀 승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이승엽의 조용한 뒷받침이 요미우리 상승세를 한 몫 거들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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