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관왕’ 무르익는 꿈

  • 입력 2007년 3월 28일 09시 47분


“세계적인 선수들과 당당하게 겨뤄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도록 경험을 쌓는 의미에서 200m에 출전시켰는데 메달까지 따 내네요. 하하.”

박태환이 자신의 주 종목도 아닌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따 내자 그를 1월부터 지도해 오고 있는 박석기(55) 전 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태환은 이날로 중장거리는 물론이고 단거리까지 포괄하는 전천후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몸으로 확인했다. 중장거리의 경우는 신장의 열세가 있더라도 지구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동양인들도 도전이 가능하지만 그동안 단거리의 경우는 사실상 포기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큰 키와 체력을 앞세워 초반부터 터치패드를 두드릴 때까지 끊임없이 치고 나가는 현대 수영의 추세에서 동양인이 설 자리는 사실상 없기 때문.

박태환이 25일 자유형 남자 400m에서 금메달을 딸 때까지 1973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생긴 이래 동양인이 50m부터 1500m까지 자유형 남자 6개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제 박태환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신의 주 종목인 400m와 1500m는 물론이고 2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6관왕 마이클 펠프스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다관왕을 노리기 때문에 경기 일정에 따라 자유형 200m를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점이 18세 소년 박태환이 올림픽 다관왕이 될 확률을 더욱 높여 주고 있다.

박태환은 단거리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함에 따라 앞으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장거리 자유형 국가대표 출신인 대한수영연맹 이동운 부회장은 “지금의 페이스라면 박태환은 세부 종목을 바꿔가면서 10년 이상 세계적 선수로 군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형 남자 200m 결선 랩타임
선수출발50m100m150m200m
펠프스0.77초24초47①51초00① (26초13)1분17초73① (26초73)1분43초86① (26초13)
호헨반트0.78초24초53②51초17② (26초64)1분18초16② (26초99)1분46초28② (28초12)
박태환0.66초25초41⑤52초74⑤ (27초33)1분19초51④ (26초77)1분46초73③ (27초22)

멜버른=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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