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 “화끈” K리그 FC서울 돌풍 주역 귀네슈 감독의 용병술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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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국내 프로축구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FC 서울의 셰놀 귀네슈(55·사진) 감독. 돌풍의 근원은 무엇인가. 터키 출신인 그는 ‘역설적인 조화’를 갖춘 인물이다. 골키퍼 출신이면서도 공격 축구를 강조한다. 축구지도자이면서 대학 강단에 선 심리학 강사이기도 하다.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꼼꼼하고 냉정한가 하면 ‘사랑’이 선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감성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터키를 4강으로 이끈 뒤 한때 한국대표팀 감독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해외 팀 감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을 키워 준 고향 팀 트라브존스포르 감독으로 활동했다. 자국 언론으로부터 “터키가 낳은 가장 성공한 감독”이라는 평을 듣는 그의 용병술은 어떤 것일까.

○재료를 알아야 맛을 낸다.

그는 FC 서울에 부임하자마자 모든 선수를 개별 면담해 심리 상태를 파악했다. 1월 강릉 전지훈련 때는 모든 선수의 체력을 측정했다. 선수들의 심리적 육체적 상태를 모두 파악한 것이다. 그는 “재료를 알아야 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한국 선수들이 매우 순종적이라는 특징을 꼽았다. 자신의 지시가 100% 이행되는 건 그의 색깔을 드러내는 기본 바탕이 됐다.

○과학과 냉정한 원칙

선수 파악을 끝낸 그는 체력훈련부터 실시했다. FC 서울의 달리기는 함께 달리기가 아니다. 선수마다 달리는 속도와 거리가 다르다. 귀네슈 감독이 측정한 선수들의 심박수에 따라 운동량이 개별 할당되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는 심박측정기를 달고 자신의 운동량을 채우며 뛴다.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다. 그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는 합리적인 훈련을 강조한다.

귀네슈 감독이 부임한 후 구단 관계자들은 훈련장에 함부로 드나들지 못한다. 예전과 다른 분위기 속에 구단 내에서는 물론 타 구단에까지 “깐깐하다”는 소문이 났다.

훈련에서 눈 밖에 난 사람은 여지없이 탈락이다. 지난해 FC 서울 전력의 핵심이었던 히칼도는 훈련을 불성실하게 한 탓에 귀네슈 감독 부임 후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칭찬과 비판, 사랑의 심리학

그는 21일 수원과의 경기가 끝난 뒤 밤 12시가 다 된 시각에 이날 부상한 김은중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또 이날 박주영이 교체될 때 그가 박수 받을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심판진을 비난했다. 선수에 대한 애정과 배려에 신경을 쓴다. 그는 “노력뿐만 아니라 사랑이 차이를 만든다”고 믿는다. 훈련할 때 잘하거나 실수를 할 때면 그 즉시 동작을 중지시키고 칭찬과 비판을 분명하게 한다.

○개혁과 적극성

10대인 이청용 기성용을 과감하게 주전으로 발탁했다. 국내에선 드문 4-4-2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실험했다. 포백 수비를 중심으로 한 뒤 미드필드에서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강조했다. 실수를 줄이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백패스를 싫어한다. 수비수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과감하게 주문한다. 이기고 있어도 더 거센 공격을 주문한다. 이 같은 적극성이 팀의 에너지가 되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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