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쿤밍…마라톤-축구등 年 2만여명 찾아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중국대표팀 훈련소인 청궁훈련기지를 포함해 6개의 종합스포츠타운이 있는 쿤밍 훈련소. 육상트랙과 크로스컨트리장 등 각종 시설을 갖춘 쿤밍훈련소는 연간 10만여 명의 중국 선수 및 해외 선수가 찾아 훈련을 한다. 쿤밍=양종구  기자
중국대표팀 훈련소인 청궁훈련기지를 포함해 6개의 종합스포츠타운이 있는 쿤밍 훈련소. 육상트랙과 크로스컨트리장 등 각종 시설을 갖춘 쿤밍훈련소는 연간 10만여 명의 중국 선수 및 해외 선수가 찾아 훈련을 한다. 쿤밍=양종구 기자
“헉∼, 헉∼.”

선수들의 숨소리가 몹시 거칠었다.

5일 중국 서남쪽 윈난 성 성도인 쿤밍 시 남쪽 하이겅훈련기지 육상트랙. 2007 오사카마라톤에서 2시간 23분 48초로 우승한 일본의 하라 유미코(25)는 트랙을 돌다가 힘에 겨워 훈련을 중단하고 말았다. 8월 열리는 2007 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우승을 목표로 훈련하는 중이었다. 하라는 지난해 말부터 쿤밍에서 강도 높은 고지 훈련을 소화하고 올해 1월 오사카대회에서 우승한 뒤 2월 말부터 다시 고지 훈련을 하는 중이다.

하라를 지도하는 오모리 구뇨 교세라마라톤팀 감독은 “일본 여자선수들은 고지 훈련의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 하라가 오사카에서 우승한 것도 강도 높은 고지 훈련의 결과”라고 말했다. 쿤밍은 해발 1970m가 넘어 시속 6km로 속보하는 것도 일반인에게는 힘들 정도로 산소가 희박하다. 그래서 쿤밍은 마라톤의 도시다. 사계절 봄꽃이 피는 도시로 유명한 쿤밍은 고지 훈련의 최적 조건에 사계절 내내 뛰기에 알맞아 선수가 대거 몰려든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마라톤 챔피언으로 2시간 19분 12초의 기록을 보유한 노구치 미즈키(29), 2시간 19분 41초의 시부이 요코(28) 등 일본 여자 간판선수도 모두 쿤밍에서 고지 훈련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다카하시 나오코(35)도 재기를 위해 최근 쿤밍을 답사했다.

쿤밍엔 중국대표팀 훈련소인 청궁훈련기지를 포함해 6개의 종합스포츠타운이 있다. 육상트랙과 우천시 트랙, 크로스컨트리장을 확보한 청궁이 가장 큰데 연간 5000여 명의 선수가 찾아 훈련하고 있다. 이 중 일본 선수만 300여 명. 중국 경보의 대부인 샤잉징(58) 청궁 책임감독은 “해발 1970∼3300m 고지가 펼쳐져 있어 고지 훈련에 적합하고 사계절 날씨가 좋아 마라톤 훈련엔 최적”이라고 말한다. 샤 감독은 “무엇보다 문화와 음식이 비슷해 아시아 선수들에게 최고의 훈련지”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육상단은 2001년부터 쿤밍을 찾고 있다. 현재 2004 서울국제마라톤 여자부 챔피언 이은정 등 여자선수들과 경보팀이 훈련 중이다. 김치와 된장찌개 등 한국 선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제공된다. 이런 조건 때문에 한국도 1990년대 초반 쿤밍에 대표팀 훈련소를 만들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쿤밍은 1990년대 초 마쥔런 감독이 이끄는 ‘마군단’이 세계를 경악시키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쿤밍에 본격적인 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쿤밍엔 마라톤 훈련소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테니스 수영 빙상 등 다양한 스포츠시설이 갖춰져 있다. 특히 축구의 경우 청궁에만 10개, 훙타종합스포츠타운에 11개, 하이겅훈련기지에 12개 등 수많은 잔디구장을 갖추고 있어 2004 아테네 올림픽 한국대표팀이 훈련했고 전남 드래곤즈도 올해 초 전지훈련을 했다. ‘마린보이’ 박태환(17·경기고)도 2007 아시아경기대회 전에 쿤밍에서 훈련했다.

쿤밍=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고지대훈련 왜 좋은가

인체는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산소가 희박한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에서 훈련을 하게 되면 모자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혈액 내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이 커지게 된다. 즉, 헤모글로빈 1mg당 산소 운반 능력이 평소보다 훨씬 커진다. 물론 평지로 내려오면 다시 산소 운반 능력이 줄어든다. 하지만 고지에서 내려온 일정 기간 우리 몸의 혈액 내 헤모글로빈은 고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산소를 운반하려는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보통 고지에서 내려온 후 2, 3주 후가 절정을 이룬다.

산소는 체내에 있는 에너지원(탄수화물, 지방)을 태울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원소다. 마라톤은 레이스 막판엔 탄수화물을 다 소비해 지방을 태워서 에너지원으로 써야 하는데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1.4배의 산소가 더 필요하다. 결국 마라톤에선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을 키우는 게 기록 단축의 ‘지름길’이다. 물론 개인차, 고지 훈련의 기간 등 여러 변수가 있어 고지 훈련이 모든 선수에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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