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면 절대 안돼. 걸어서라도 가자"

  • 입력 2006년 12월 3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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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재단과 에쓰오일의 초청으로 2006싱가포르국제마라톤에 출전한 장애인 및 에쓰오일 도우미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경 양(청각장애,10km완주) 차승우씨(시각장애,풀코스 완주), 전천구씨(도우미, 풀코스완주), 강진홍씨(도우미, 하프코스완주), 황재선 씨(시각장애,하프코스완주,), 유정하 씨(시각장애,하프코스완주), 천기식 씨(팔 절단장애,하프코스완주), 유달용 씨(도우미,하프코스완주), 배형진 씨(발달장애,하프코스완주), 백남민씨(다리절단장애, 10km완주), 이승찬 군(청각장애, 10km완주).
푸르메재단과 에쓰오일의 초청으로 2006싱가포르국제마라톤에 출전한 장애인 및 에쓰오일 도우미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경 양(청각장애,10km완주) 차승우씨(시각장애,풀코스 완주), 전천구씨(도우미, 풀코스완주), 강진홍씨(도우미, 하프코스완주), 황재선 씨(시각장애,하프코스완주,), 유정하 씨(시각장애,하프코스완주), 천기식 씨(팔 절단장애,하프코스완주), 유달용 씨(도우미,하프코스완주), 배형진 씨(발달장애,하프코스완주), 백남민씨(다리절단장애, 10km완주), 이승찬 군(청각장애, 10km완주).
배형진 씨(왼쪽에서 두번째)가 2006싱가포르국제마라톤 하프코스 출발선에서 외국인 참가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 씨의 레이스 도우미 유달용 씨.
배형진 씨(왼쪽에서 두번째)가 2006싱가포르국제마라톤 하프코스 출발선에서 외국인 참가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 씨의 레이스 도우미 유달용 씨.
결승선을 통과하는 차승우(왼쪽) 전천구씨.
결승선을 통과하는 차승우(왼쪽) 전천구씨.
"형, 너무 힘들어. 못 가겠어."

"여기서 포기하면 안돼. 그럼 조금만 쉬었다 달리자."

3일 2006 싱가포르국제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한 시각장애인 차승우(42) 씨와 레이스 도우미 전천구(43·에쓰오일) 씨는 30km 지점에서 중대 고비를 맞았다. 차 씨가 현기증을 호소했기 때문.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발바닥 통증까지 겹치자 레이스를 멈추려 한 것이다.

1일 인천공항에서부터 '실과 바늘'처럼 함께 붙어 다니며 절친한 사이가 된 전 씨는 "여기서 포기하면 절대 안 된다. 걸어서라도 가자"며 차 씨를 도로 곁에 앉힌 뒤 5분 쉬었다 다시 뛰었다. 차 씨가 고통을 호소 할 때마다 껴안고 "너는 할 수 있다"를 수십 번 반복했다.

이러기를 수차례.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4시간46분. 목표로 했던 4시간30분대 이내 기록은 넘어갔지만 둘 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차 씨는 "그동안 풀코스를 24번 완주했지만 오늘이 가장 행복해요. 천구 형이 없었다면 완주 못했을 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전 씨는 "힘들어하는 승우를 보며 안쓰러웠지만 어떡하든 완주를 하도록 했습니다. 승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감격스럽습니다"고 말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 2시간53분54초로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린 '베테랑' 전 씨와 최고 기록 3시간50분의 차 씨를 연결한 고리는 60cm의 끈. 각자의 한쪽 팔에 끈을 묶고 차 씨의 페이스에 맞춰 빨리 달려도 늦게 달려도 안 되게 페이스를 조절했다. 장애물이 나오거나 방향이 바뀔 때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난생 처음 본 둘은 끈을 통해 끈끈한 우정을 쌓았고 이제 평생 서로 돕는 사이가 되기로 약속했다.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위해 만든 푸르메재단이 에쓰오일(주)의 후원을 받아 '삶을 포기하고 힘들어하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한 이번 해외마라톤 출전 행사에는 시청각 및 지체장애인 8명이 출전해 '희망의 레이스'를 펼쳤다.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23) 씨도 하프코스에 출전해 도우미 유달용(37·에쓰오일) 씨와 함께 2시간10분에 완주했다.

싱가포르=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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