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귀국 “축구만 보면 이적해야 하지만…”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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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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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래를 위해 남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초롱이’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의 얼굴은 밝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1부리그)의 AS로마 이적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축구만을 놓고 보면 당연히 이적을 해야 하지만 내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토트넘에 남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2일(이란전)과 6일(대만전) 열리는 2007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31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이영표. 그는 “이적을 거부한 이유는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다. 너무나 개인적이라 밝힐 수는 없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고려해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팬들이 이해해 줄 거라 믿는다. 난 내 판단을 믿고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영표가 밝힐 수 없다는 ‘너무나 개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영표는 축구대표팀 내에서 ‘선교사’로 불릴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 그는 기독교 포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된 게 아닐까.

그러나 이영표는 ‘개인적인 이유를 밝힐 수 없느냐’는 기자들의 끈질긴 요구에 “그럴 필요는 없다. 내 삶의 목표를 미리 밝혀 나중에 혹 잘못되면 어떡하느냐. 팬들이 나의 결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역시 이영표의 판단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녀 교육 문제 때문은 아니며 가족들도 내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영표는 “AS로마를 포기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평생 축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이후 삶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이탈리아 언론에서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결렬됐다’고 한 주장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AS로마는 세계 모든 선수가 가고 싶어 하는 팀이다. 개인적으로 AS로마가 나를 영입하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자랑스럽다. 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에이전트인 ㈜지쎈 김동국 대표도 “협상이 무상된 뒤 AS로마 쪽에 이영표 선수의 성격과 소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신념’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다. 그러나 로마 구단 측 인사들이 ‘이적거부 이유가 가톨릭 때문이냐’고 물었을 때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영표는 ‘이적 거부로 토트넘에서의 입지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생각했다면 AS로마에 갔을 것이다. 전혀 문제없다. 마르틴 욜 감독도 내가 로마로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잘 생각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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