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거라,눈물젖은 빵…추신수 결승 만루포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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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선수.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트레이드된 선수. 평범한 체격에 메이저리그에만 올라오면 힘을 쓰지 못하던 선수.

7월까지의 추신수(24·클리블랜드)는 그런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메이저리그 두 번째 홈런을 결승 만루 홈런으로 장식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실히 드러냈다.

4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원정 경기. 3-3 동점이던 6회 1사 만루에서 추신수는 상대 에이스 조시 베킷과 상대했다. 베킷은 2003년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이자 올해 13승을 거둔 최정상급 투수. 베킷은 초구에 156km짜리 강속구를 꽂아 넣었다. 그러나 신인이나 다름없는 추신수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시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공은 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이 됐다. 2005년 4월 30일 콜로라도전에서 터진 최희섭(보스턴)의 만루 홈런에 이어 한국인 빅리거 두 번째 만루 홈런. 팀의 7-6 승리를 이끈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평범한 체구(180cm, 95kg)의 추신수가 맞바람을 뚫고 대형 만루 홈런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 ML 최정상급 투수 조시 베킷 156km 광속구 강타

부산고를 졸업할 당시만 해도 추신수는 왼손 투수 유망주였다.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MVP와 최우수투수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시애틀은 137만 달러의 계약금으로 그를 붙잡았다.

시애틀은 그를 투수보다는 외야수로 키우고자 했다. 장타력과 정확성, 빠른 발과 강한 어깨, 그리고 넓은 수비 범위까지 일명 ‘파이브 툴’을 모두 갖춘 선수라고 판단했기 때문. 싱글A부터 착실히 단계를 밟은 추신수는 작년 4월 22일 5년 만에 빅리그에 입성했다. 그러나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다시 마이너리그로 떨어졌고, 올해도 7월에 잠시 빅리그에 올라왔다가 다시 마이너로 내려갔다.

○ 마이너리그에서 6년… 박정태의 조카

7월 27일 그는 시애틀에서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다. 좋은 기회였다. 시애틀에는 포지션(우익수)이 겹치는 스즈키 이치로(일본)가 버티고 있었다. 트레이드 이후 그는 에릭 웨지 감독의 플래툰시스템(한 포지션에 두 명의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는 것)에 따라 오른손 투수가 나오면 출전 기회를 잡고 있다. 추신수는 이적 후 처음 출전한 29일 친정팀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오른손 강속구 투수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빅리그 첫 홈런을 터뜨렸다.

추신수는 롯데에서 ‘악바리’로 활약했던 박정태(코치 연수 중)의 조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외삼촌 박정태를 우상으로 삼고 근성을 키워 왔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 중이던 2004년 겨울 그는 하원미 씨와 조용히 결혼식을 올렸다. 작년엔 첫아들 무빈 군을 얻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빅리그에 올라간 뒤 멋있게 다시 한번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올해 목표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는 것, 그리고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밝은 미래를 향해 추신수는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추신수는 누구인가 △생년월일: 1982년 5월 23일 △체격조건: 180cm, 95kg △출신교: 부산수영초등학교-부산중-부산고 △미국 진출: 2000년 말 시애틀과 137만 달러에 계약 △주요 경력: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MVP) 및 최우수투수, △2004년 시애틀 올해의 마이너리그 선수 △2006년 마이너리그 성적 타율 0.323, 13홈런, 48타점, 26도루

ML 데뷔후 첫 만루홈런 터뜨린 추신수 생생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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