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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6일 0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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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빗장수비)와 창(공격축구)을 겸비한 이탈리아가 ‘전차군단’ 독일을 격파했다.
5일 독일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4강전에서 이탈리아가 개최국 독일을 연장승부 끝에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오르자 로이터와 AP, AFP 등 세계 유수 통신사들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도박(공격축구)이 성공했다’고 타전했다.
‘빗장수비(카테나치오)’의 이탈리아가 화려하게 변신했다. 카테나치오는 빗장을 걸어 잠그듯 촘촘한 수비를 펼쳐 붙여진 이름.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수비에 치중한 뒤 기회가 생기면 역습으로 공격에 나서는 수비지향적인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 어느 팀보다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 이탈리아형 토털사커… 공격-수비 완벽한 조화
이탈리아는 이날 볼 점유율 57%로 독일을 압도하며 15개(유효슈팅 10개)의 슛을 날렸다. 반면 독일의 슈팅은 13개(유효슈팅 2개).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6경기 중 우크라이나와의 8강전(3-0 승) 때만 10 대 13으로 슈팅수가 상대보다 적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기에서 상대팀보다 많은 슛을 날렸다. 그만큼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뽑아낸 점수도 11점으로 8강전과 준결승에서 각각 탈락한 아르헨티나, 독일과 함께 최다 득점.
물론 수비는 여전히 철벽이었다. 이날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 등 독일 골잡이들은 꽁꽁 묶였다. 이탈리아 수비는 지난달 19일 미국과의 E조 2차전에서 크리스티안 차카르도가 자책골을 내준 것을 빼고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수비 때부터 공격형 미드필더 피를로를 주축으로 젠나로 가투소, 시모네 페로타, 마우로 카모라네시 등이 강력한 압박을 펼쳤고 공격 시엔 수비수인 그로소와 참브로타까지 적극적으로 최전방까지 가세하는 ‘이탈리아형 토털 사커’를 선보였다.
○ 변화의 힘 리피 감독… 젊은 피 대거 기용
리피 감독은 0-0으로 연장전에 들어가자 미드필더 마우로 카모라네시를 빼고 공격수 빈첸초 이아퀸타를 투입했다. 연장 전반 14분에는 역시 미드필더 페로타 대신 알레산드로 델피에로를 투입해 후반에 들어온 알베르토 질라르디노와 토티 등 4명의 공격수가 전방을 누비게 만들었다. 결국 이런 과감한 공격축구는 연장 후반 그로소와 델피에로가 연속골을 터뜨리는 발판이 됐다.
유로 2004(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뒤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의 뒤를 이은 리피 감독은 기존의 카테나치오를 넘어서는 ‘토털 사커’로 팀의 색깔을 바꿨다. 토티를 축으로 하는 4-4-2와 4-3-3, 4-3-2-1을 병행하는 공격축구로 변신시킨 것이다. 특히 리피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기용해 신구 조화도 이뤄냈다. 루카 토니와 질라르디노, 이아퀸타, 차카르도 등이 리피 감독이 새로 키워낸 선수들.
리피 감독은 “만약 우리가 오늘 경기에서 패했거나 또는 승부차기까지 갔다면 그것은 부당했을 것이다. 우리는 독일보다 한 수 높은 경기력을 보여 줬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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