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국가대표” 하나된 코리안 드림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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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가 18일 경기 안산시 원곡고 운동장에서 열린 ‘제5회 국경 없는 마을배 안산월드컵 대회’에 참가해 축구경기를 하고 있다(왼쪽).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기를 흔들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안산=원대연 기자
외국인 노동자가 18일 경기 안산시 원곡고 운동장에서 열린 ‘제5회 국경 없는 마을배 안산월드컵 대회’에 참가해 축구경기를 하고 있다(왼쪽).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기를 흔들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안산=원대연 기자
“저도 국가대표예요.”

18일 오전 경기 안산시 원곡고등학교 운동장.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볕 아래 각국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표정에 비장함이 감돌았다.

비록 먼지가 날리는 모래 운동장에서 축구화 대신 운동화를 신고 뛰어야 했지만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은 경기 휘슬이 울리자 거친 태클과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응원단은 자국 국기를 흔들며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쳤다.

인도네시아 태국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나이지리아 중국 우간다 가나 베트남 코트디부아르에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까지.

조선족을 포함해 12개국 외국인 노동자가 참가한 ‘제5회 국경 없는 마을배 안산월드컵 대회’가 열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가 개최한 이 행사는 이제 안산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올해는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페루팀이 불참함에 따라 우승 트로피를 두고 각축전이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 전통의 강호와 가나 스리랑카 등 신생팀들은 저마다 우승을 자신했다.

올해 처음 출전한 스리랑카팀의 하삼타(34) 씨는 “매년 선수가 부족해 다른 팀 경기를 보며 부러워했는데 드디어 팀을 구성했다”면서 “야근이 겹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근무 후 2, 3시간씩 축구 연습을 했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3개 팀이 한 조를 이룬 예선 리그전과 8강 토너먼트를 거쳐 나이지리아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일요일에 연 축구대회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기 참여는 쉽지 않았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장인 박천응 목사는 며칠 동안 일요일 근무가 예정된 공장을 돌아다니며 이날 하루 노동자들이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해야 했다. 불법 체류자들이 잡혀가거나 잠적한 탓에 축구 선수가 부족해 참가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서 박 목사는 올해 처음으로 주민과 외국인 노동자가 서로 손을 잡고 2인 1조로 하는 ‘화합의 축구마당’ 프로그램과 ‘줄다리기’ 경기를 열기도 했다.

그는 “우리와 다른 각국의 노동자들도 우리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가까워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19일 오전에 벌어질 독일 월드컵 프랑스와의 예선 2차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5년 전 가나에서 온 찰스(33) 씨는 “오늘 오전 가나대표팀이 강호 체코를 꺾었는데 한국도 프랑스를 이겨 함께 16강에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아리(30) 씨는 “대회를 마친 뒤 동료 10명과 서울시청 앞에서 응원할 예정”이라며 “내일 오전 8시까지 일하러 돌아와야 하지만 한국인들과 함께 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경기 휴식시간에 다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영락없는 ‘붉은악마’였다.

안산=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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