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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13일 2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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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 청부사'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첫 경기인 토고전을 앞둔 태극전사들의 용기를 한껏 북돋아줬다.
호주 대표팀을 이끌고 독일월드컵에 참가, 전날 일본을 첫 승을 거둔 히딩크 감독은 13일 밤 호주 대표팀 베이스캠프인 독일 외링겐에서 S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준비를 잘 해왔다. 여러분의 경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태극전사를 격려했다.
그는 또 "일단 첫 경기인 토고전을 이기면서 출발해야 한다"며 "첫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처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일 월드컵 때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은 부담이 많았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1승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리 선수들이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어떤 결과를 만들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2002년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F조 첫 경기에서 일본을 3-1로 꺾은 뒤 박지성과 이영표가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두 선수도 역시 역사를 만들 것이다. 그 둘과 함께 지난 월드컵에서 좋은 역사를 만든 것이 기억난다"고 했다.
또 "일본을 이기고 16강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어 기쁘다. 특히 한국의 영원한 숙적인 일본을 이겨 한국이 기뻐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후반 막판 호주가 동점골을 터트렸을 때 어퍼컷 세리모니를 한 것에 대해 "4년전 한·일 월드컵 때 이겼을 때와 기쁘기는 매한가지였다. 우리가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골이 안 나왔다. 골이 터진 뒤 안도할 수 있었고 기뻤기 때문에 어퍼컷을 날렸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표팀 주치의와 승강이를 벌인 것에 대해서는 "내 잘못이 있었다. 너무 흥분했고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넘치고 있었다. 일본 측에서 모욕적인 언사를 했고 흥분해서 그런 것 같다. 경기 후 화해를 해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이 4년 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4년 전처럼 수월하게 16강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선수들이 경험이 늘었고 해외파 선수도 많아졌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이제는 외국 선수와 붙어도 주눅들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답했다.
또 "국민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이에 부응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한국 축구도 위상이 있고 선수들이 체력과 정신력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감독 사퇴하는 등 혼란을 겪은 토고에 대해서는 "한국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강한 압박을 가하고 경기를 잘 펼친다면 초반에 토고가 쉽게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또 "아프리카 선수들은 운동능력과 파워가 좋은 데다 빠른 선수가 많고 키가 큰 수비수도 많다"며 "하지만 전술적인 준비를 철저히 하고 영리하게 플레이한다면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하지만 토고의 간판 골잡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날)에 대해서는 경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아데바요르가 프랑스 AS모나코에 있었을 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본 적이 있다"며 "당시는 어린 선수였지만 지금은 잉글랜드로 진출해서 많이 성장한 만큼 그에게 공급되는 패스를 차단해 고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사람을 막는다는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패스의 흐름을 차단하려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TV로 한국전을 지켜볼 예정이라는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추어이건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건 즐기지 않는다면 경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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