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골프장 개장 강행… 큰 충돌은 없어

  • 입력 2005년 10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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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란 속에 난지골프장이 4일 무료 개장을 강행한 가운데 밤을 새워 기다린 끝에 입장한 열성 골퍼가 티샷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 반면 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전환하라며 한쪽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환경단체 회원들. 전영한 기자
찬반 논란 속에 난지골프장이 4일 무료 개장을 강행한 가운데 밤을 새워 기다린 끝에 입장한 열성 골퍼가 티샷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 반면 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전환하라며 한쪽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환경단체 회원들. 전영한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서울시 및 환경단체가 ‘삼각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완공 후 1년 6개월간 방치됐던 11만 평 규모의 서울 난지골프장(9홀)이 4일 무료 개장했다.

공단 측은 한 달 관리비가 1억5000만 원씩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개장을 미룰 수 없다며 서울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장을 강행했다.

골퍼들은 밤을 꼬박 새우며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입장권을 기다리는 등 개장을 반겼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단이 골프장 부지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변상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전환하라며 5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가기로 했다.

공단은 이날 오전 5시부터 선착순 접수를 받아 오전 6시 28분 첫 티업이 이뤄졌다. 골퍼들은 전날인 3일 오후 9시부터 줄서 기다렸고 골프장 입구에서 취사를 하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총 2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골프장에 340여 명이 모여 100여 명이 빈손으로 되돌아갔다. 공단은 당분간 일요일을 제외하고 무료 개장을 계속할 방침.

오후 라운딩에 나선 조정환(曺正煥·51) 씨는 “서울시내에 골프장이 없어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골프도 이젠 대중 운동이니 만큼 서울시가 값싼 골프장을 더 많이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전 2시부터 줄을 섰다는 김남수(金男秀·39) 씨는 “골프장 수준은 만족한다. 이런 골프장이 늘었으면 좋겠다”면서도 “선착순 부킹을 하다 보니 먼 지역에서 이용하는 사람은 불편한 만큼 인터넷 부킹을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골프장 부지소유자인 서울시와 골프장 시설 투자자인 공단 측은 골프장 운영권을 놓고 소송 중이다. 서울시는 토지 사용 승인을 해주지 않은 상태로 공단 측의 골프장 일방 개장은 토지 무단 점유라고 보고 있다. 최광빈(崔光彬) 서울시 공원과장은 “앞으로 1년간 11억여 원의 변상금을 물릴 방침”이라며 “당장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겠지만 곧 행정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법적 대응 및 손해배상 청구까지 고려하고 있다.

반면 ‘난지도 골프장의 가족 공원화를 위한 시민연대’ 회원 30여 명은 이날 난지도 및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골프장을 백지화하고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대표 문국현(文國現·56·유한킴벌리 사장) 씨는 “경관이 좋은 난지골프장은 공원으로 최적지이며 하루 10만 명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을 하루 240명에게만 개방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공단이 골프장에 투입한 원금 146억 원을 모금해 변상해서라도 골프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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