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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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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배영수와 롯데 손민한이 올해 들어 처음 맞붙은 14일 대구경기가 바로 그랬다.
불안한 선두 삼성은 SK의 연승 행진이 마음에 걸렸고, 5위 롯데는 남은 경기가 모두 결승전. 둘 다 절체절명의 벼랑에서 에이스 맞대결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팬들은 명승부를 만끽했다. 이날은 남북통일축구가 열렸지만 평소 5000명 수준이던 대구 관중은 두 배로 껑충 뛰었다.
투수 놀음이라는 야구에서 에이스 맞대결은 어떤 팬 서비스도 능가하는 최고의 흥행 카드.
롯데 최동원과 해태 선동렬의 세 번에 걸친 선발 맞대결에 대해 어느 팬은 “신이 한국 야구를 위해 내린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세 번 다 부산에서 열렸고 모두 완투로 펼쳐진 가운데 1986년 4월 19일 선동렬이 1-0 완봉승, 8월 19일 최동원이 2-0 완봉승을 주고받았다. 이듬해 5월 16일 열린 결승은 연장 15회 4시간 56분의 혈투 끝에 2-2 무승부. 선동렬은 232개, 최동원은 209개의 공을 던졌다.
1993년에는 해태 조계현과 삼성 박충식이 서로 홈구장에서 이겨 팬 서비스를 했다.
1995년에는 서울 라이벌 두산과 LG가 김상진-이상훈을 세 차례나 맞붙이는 자존심 경쟁을 벌여 사상 첫 54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이상훈이 모두 승리했지만 팀 순위는 두산이 0.5경기차로 선두.
메이저리그에서도 에이스 맞대결은 최고의 관심사.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보스턴 시절 외계인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1999년 일이다. 그해 뉴욕 양키스는 디비전시리즈부터 한 경기만 내준 채 우승컵을 안았다. 이 경기가 바로 리그 챔피언결정전으로 마르티네스가 로저 클레멘스를 꺾은 경기. 이에 조 토레 양키스 감독은 “우리는 전승 우승했다. 한 경기를 진 것은 지구인이 아닌 외계인에게 당한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가까운 예로 7일 서재응이 그레그 매덕스, 10일 박찬호가 마르티네스와 맞대결을 펼쳐 승리투수가 되자 국내 팬들의 기쁨은 두 배였다.
침체된 프로야구를 살리는 비결, 가까운 데 길이 있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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