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부활로 본 ‘홈런의 과학’

  • 입력 2005년 8월 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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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9·롯데 마린스)이 부활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전에 출전하며 규정타석을 채운 이승엽은 2일 현재 홈런 22개로 팀 내 1위와 퍼시픽리그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홈런 14개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버린 것. 요즘 국내 야구팬들은 이승엽의 홈런 소식에 매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구의 꽃으로 불리는 홈런. 하지만 홈런을 치기는 정말 어렵다.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서 홈런 1위인 현대 서튼은 2일까지 319타수에서 25개의 홈런을 때렸다. 홈런 확률이 7.8%. 왜 홈런은 어려울까.》

▽홈런의 물리학=투수와 타자 사이의 거리는 18.44m. 투수가 시속 150km로 던진 지름 7.37cm, 무게 142g의 공이 타자 앞을 지나는 데는 약 0.44초가 걸린다. 타자는 이를 지름 7.30cm, 무게 850g의 배트로 맞혀야 한다. 인간의 반응속도가 0.25초 정도이기 때문에 타자는 나머지 0.19초 동안 판단을 내려야 한다.

공을 멀리 보내려면 투구 속도가 빨라야 한다. 그래야 방망이에 맞았을 때 반발력도 더 크다. 물론 스윙 속도도 빨라야 한다. 이승엽의 스윙 속도는 시속 140km 정도로 메이저리그 일류 타자 수준.

일단 맞혔다면 다음은 타구의 각도. 진공 상태라면 45도겠지만 공기저항을 감안할 때 39∼41도가 알맞다. 이 각도를 만들려면 방망이가 공의 중앙 아래 1, 2mm 지점을 맞혀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몬트 허바드 박사 물리학 팀은 2003년 말 ‘직구보다 커브가 홈런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백스핀(진행하는 반대 방향으로 회전)의 직구보다는 톱스핀(진행하는 방향으로 회전)의 커브 볼이 방망이에 맞았을 때 상승력이 더 크다는 것. 그러나 커브가 직구보다 시속 10km 이상 느린 데다 타자가 공을 정확히 맞히기도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는 직구에서 홈런이 많이 나온다.

▽스위트 스폿과 그 밖의 변수=홈런은 대개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서 나온다. 스위트스 폿은 충격을 가했을 때 전혀 진동하지 않는 곳으로 방망이 위쪽 끝에서 약 17cm 지점. 여기에 맞혀야 배트의 운동에너지를 고스란히 공에 전달할 수 있다.

기온과 고도도 변수. 이에 따라 공기 밀도가 달라지기 때문. 섭씨 30도의 공기는 영하 1도의 공기보다 약 12% 밀도가 낮다. 또 고도가 305m 높아질 때 공기 밀도는 3%씩 낮아진다. 밀도가 낮으면 공기 저항이 줄어 그만큼 타자에게 유리하다.

▽‘홈런 타자는 타고나나?’=2003년 말 이승엽의 운동 능력을 테스트한 삼성스포츠과학지원실의 안병철 박사는 “타고나는 것 50%, 훈련 50% 정도”라고 말한다. 이승엽은 당시 동체시력과 허리 회전의 힘을 나타내는 배근력, 유연성에서 일반인보다 월등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은 강도 높은 훈련으로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정신적인 부분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올 시즌 3개의 만루홈런을 때린 한화 이도형은 “포수 경험 때문에 투수와의 수 싸움에서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고 하면서도 “타석에 섰을 때는 머릿속이 백지가 되는 완전 몰입의 상태가 될 때 홈런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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