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중거리 제왕’ 게루즈 恨풀다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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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중거리의 제왕’ 히참 엘 게루즈(29·모로코)가 3수 끝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5일 아테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500m 결선. 엘 게루즈는 3분34초18로 올 시즌 최고 기록(3분27초40) 보유자인 라이벌 버나드 라갓(케냐)을 0.12초 차로 제치고 1위로 골인했다.

엘 게루즈는 96년 이후 87번의 레이스 가운데 83번을 우승했고 2000시드니올림픽 이후 올 7월까지 29연승 행진을 이어온 ‘러닝머신’. 세계선수권 4연패에 1500m 세계기록(3분26초00)도 그의 몫이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첫 출전한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다른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불운 속에 은메달에 그쳤고 2000시드니올림픽에선 무명의 노아 게니(케냐)에게 발목이 잡혀 다시 은메달.

이번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는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원인불명의 호흡기 질환 때문. 지난 7월 로마 골든 갈라그랑프리에서 8위의 저조한 성적으로 29연승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을 때 엘 게루즈는 심각하게 올림픽 불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엘 게루즈는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을 학수고대하는 국민들의 기대와 올 초 태어난 딸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고 결국 3번째 도전 끝에 영광의 자리에 섰다

1위로 골인한 뒤 관중석으로 달려가 딸을 번쩍 안아 든 엘 게루즈. 그의 표정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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