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中 공포의 ‘이면타법’ 맞춤 훈련으로 깼다

  • 입력 2004년 8월 24일 0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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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훈련으로 공포의 이면타법을 깼다. 속사포 같은 스매싱과 파워 넘치는 드라이브가 장기인 한국 남자 탁구의 에이스 유승민에게도 왕리친(세계랭킹 1위), 마린(2위), 왕하오(4위)로 이어지는 중국 트리오의 벽은 높았다.

특히 왕하오의 ‘이면타법’ 앞에서는 그동안 성인대회에서 6전 전패할 정도로 맥을 추지 못했다. 이면타법은 중국이 펜홀더 전형의 백핸드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보조기술. 펜홀더 라켓 양면에 다른 재질의 러버를 붙여 양쪽을 모두 쓰며 특히 백핸드에서 손목을 거의 180도 가까이 꺾은 뒤 스프링을 튕기듯 풀며 치는 타법으로 강한 회전을 먹이는 기술이다.

당초 보조기술이었던 이면타법은 진화를 거듭해 중국의 주전 병기가 됐다. 그리고 왕하오는 이면타법을 완성했다는 평을 듣는 달인이었다. 유승민은 그 이면타법을 어떻게 깼을까.

남자대표팀의 김택수 코치는 이면타법과 비슷한 구질의 공을 하루에 많게는 1000개 가까이 받아치도록 했다.

‘맞춤형 훈련’도 실시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이정삼(KT&G)을 태릉선수촌에 상주시켜 변칙 구질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은 출국 일정까지 늦춘 채 관중을 동원해 실전 상황처럼 연습하는 ‘가상 실전 훈련’도 실시했다.

작전의 성공도 금메달에 한몫을 했다. 단식 결승에 올라가기 전까지 껄끄러운 중국 선수를 피하기 위해 올림픽을 불과 몇 달 앞두고도 이집트오픈과 US오픈에 출전해 우승함으로써 이번 올림픽에서 3번 시드를 배정받은 것.

대회를 앞두고 삭발까지 한 유승민은 “내 포핸드 드라이브는 이면타법도 충분히 깰 수 있다”며 자신감을 키워 왔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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