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이라크축구 포면딛고 4강

  • 입력 2004년 8월 23일 0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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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축구가 2004 아테네 올림픽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해 전쟁의 고통에 신음하는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이라크는 22일 그리스 헤라클리오 판크리티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축구 호주와의 8강전에서 후반 19분 모하메드 에마드의 그림 같은 오버헤드킥 결승골로 호주를 1-0으로 꺾고 4강행 티켓을 따냈다.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라크 축구팀의 4강 진출 소식에 전화로 고통 받고 있는 이라크 국민은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았다. 호주를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한 이날 밤 이라크 전역은 환희로 가득했다. 모두 거리로 뛰쳐나와 국기를 흔들며 춤을 췄고 자동차 경적이 울려 퍼졌다. 이라크인들은 “어제는 비탄에 잠겼지만 지금은 행복하다”며 감격해 했다.

이날 판크리티오 스타디움에는 유럽의 이라크 교민 1000여명이 자리 잡고 자국의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하기도 했다.

이라크 축구대표팀은 앞서 조별 리그 D조에서 유로2004(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 멤버가 포진한 포르투갈을 4-2로 눌렀고 이어 코스타리카를 2-0으로 완파하며 8강에 진출했다.

이라크 축구의 올림픽 4강 진출은 산고 끝에 나온 것. 전쟁이 휩쓸던 1년 전 이라크축구협회는 공식 활동이 금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선수들이 뛸 만한 경기장이 없었고 운영 자금도 바닥났으며 축구협회 해체, 이라크올림픽위원회 자격정지 처분 등이 이어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라크 축구팀의 출전을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 2월 IOC가 다시 출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서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라크팀의 주전 수비수 아바스 바심은 “우리는 먼 길을 왔지만 필승의 각오로 뛰고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한편 ‘이라크에 희망의 축구공 보내기 운동’을 벌여 온 본사는 지난달 13일 이라크에 파견되는 자이툰 부대에 축구공 5만개, 유니폼 3000벌, 운동화 3000켤레, 가방 3000개를 전달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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