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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17일 02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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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격 트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육군 중사’ 이보나(23·국군체육부대)는 기쁨에 겨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꼴찌’를 면하려고 “제발 바람이 많이 불어 다른 선수들도 못하게 해주세요”라고 한 기도를 하느님이 들어주신 것 같다고 했다.
16일 그리스 아테네 마르코폴로사격장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사격 여자 트랩. 이보나는 예선 및 결선 합계 83점을 쏴 수잔 발로그(88점·호주), 마리아 퀸타날(84점·스페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 사격 사상 처음으로 트랩종목에서 획득한 메달이다. 이전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박철승 현 상무 감독이 남자 더블트랩 4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
더블트랩이 주 종목인 이보나는 트랩 훈련을 전혀 하지 않고 출전했다. 서로 기술이 달라 괜히 훈련했다가 주 종목을 망칠까 두려웠기 때문.
오히려 이게 득이 됐을까. 맘 놓고 쏘니 크레이도 잘 맞혔다. 자세를 제대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몰아친 바람도 이보나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이보나는 예선에서 60점으로 엠마누엘 펠리치(산마리노)와 동점을 마크해 공동 6위가 됐고 슛오프에서 펠리치를 따돌리고 6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광주 서광중학교 1학년 때 공기소총으로 사격에 입문한 이보나는 전남여고를 거쳐 1999년 상무에 입대하면서 박철승 감독의 권유로 트랩으로 종목을 바꿨다. 그는 18일 열리는 더블트랩에서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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