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창]“남북 합동훈련 뜻은 좋지만…”

  • 입력 2004년 8월 13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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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코칭스태프는 대개 남북 합동훈련에 대해 부담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에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한다는 취지엔 당연히 동감한다. 우정과 화합을 강조하는 올림픽 정신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당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훈련 내용에 차질을 빚는 갑작스러운 남북 합동훈련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 훈련 파트너가 없어 애를 먹는 유도조차 차라리 ‘우리끼리 하는 게 낫다’고 난색을 보였다. 탁구도 12일 남북 합동훈련을 가졌지만 이에리사 감독은 “우리 연습하기도 바쁘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게다가 이날 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탁구 남북 합동훈련은 “연출 한 번 하고 끝내자”는 한국 선수단 최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알맹이 없는 전시 행정으로 비쳐졌다.

한국 선수들과 코치들은 종목별로 이미 북한 선수단과 국제대회를 통해 사석에서 술자리도 가질 만큼 친하다. 따라서 한 건 올리기 위한 실적 위주의 1회성 행사에 들러리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북한과의 스포츠 교류도 실제로 전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자탁구 김택수 코치는 북한 코치와 “제3국에서 잠깐 인사만 하는 게 아니라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훈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눴다. 여자탁구 현정화 코치 역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들의 당당한 한마디 한마디는 기념사진 찍고 부랴부랴 사라지는 한국 선수단 고위관계자의 뒷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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