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티븐 로페즈(25)와 맏형 진 로페즈(30)가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2연패에 도전한다. 스티븐은 선수로, 진은 미국 대표팀 코치로서다. 미국의 USA투데이지는 최근호에서 로페즈가(家) 형제들의 올림픽 태권도 도전을 특집으로 다뤘다.
스티븐은 시드니 올림픽 때 페더급(68kg) 결승에서 한국의 신준식(삼성 에스원)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한 체급 올린 웰터급(80kg)에 출전하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 진 또한 1990년대 국내외 대회에서 30여개의 메달을 땄던 미국 태권도계의 ‘대부’이다.
로페즈가의 다른 형제들도 하나같이 태권도 고수. 스티븐의 남동생 마크는 다음 올림픽 출전이 유력시되며 여동생 다이애나도 마지막 순간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올림픽 미국대표 최종 선발전까지 올랐다.
이들 형제는 1970년대 초 중미 니카라과의 정치적 혼란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로부터 이민 세대 특유의 억척스러움과 실험 정신, 독립심을 배웠다. 진은 14세 때부터 집 차고에서 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어머니는 겨울이면 차고에서 빨래건조기를 틀어 차가운 공기를 덥혀 주곤 했다.
스티븐은 “형은 우상과 같은 존재다. 우리는 맹목적이라고 할 만큼 형을 따르고 신뢰한다”고 말한다. 태권도가 시범경기이던 1992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허브 페레즈는 “형제들의 결속력이 스티븐에게 자신감을 주는 원천”이라고 말했다.
로페즈 형제들이 구사하는 태권도는 일정한 틀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서 창의적이다. 이는 진이 거의 독학으로 태권도를 수련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스티븐은 종종 다른 선수들과 달리 왼발을 뒤로 뺀 자세로 경기를 시작한다. 상대 선수는 오른손잡이 복싱 선수가 왼손잡이를 상대할 때 느끼는 혼란을 일으킨다.
로페즈 형제가 아테네에서 또 한번 금빛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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