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SK 엄정욱 공만 빨라?… 공도 빨라!

  • 입력 2004년 5월 13일 18시 14분


‘총알탄 사나이’엄정욱(SK). 그는 올 시즌 빠른 공에 제구력까지 갖춰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발투수로 자리잡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총알탄 사나이’엄정욱(SK). 그는 올 시즌 빠른 공에 제구력까지 갖춰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발투수로 자리잡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엄정욱이 다녀간 뒤부터 맛이 갔어요.”

롯데 김동진 운영팀장은 사직구장의 전광판 투구표시 시스템이 최근 들어 자주 말썽을 부리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18일 SK 엄정욱(23)이 선발 등판해 150km대의 불같은 강속구를 뿌려대자 전광판이 놀랐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 ‘총알 탄 사나이’ 엄정욱의 강속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공인 158km, 비공인 160km의 국내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공이 빠른 것은 최고 투수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닐 터. 2000년 중앙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엄정욱은 지난해까지 4년간 평균자책 4.91에 고작 1승(2패)에 그쳤다.

문제는 ‘새가슴’으로 불리는 제구력. 투구 내용도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까지 36과 3분의2이닝을 던져 삼진은 44개를 잡았지만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합쳐 이닝 당 1개꼴인 34개를 허용했다.

하지만 풀타임 선발로 자리 잡은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역시 1승2패에 머물고 있지만 투구 내용을 살펴보면 눈이 부실 정도다.

탈삼진은 33이닝밖에 안 던졌지만 36개로 5위, 평균자책은 3.55로 9위. 더욱 중요한 것은 피안타율이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를 능가할 정도인 0.186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질이었던 제구력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24개의 4사구를 내줬지만 최근 4경기에선 18이닝동안 11개에 불과하다.

그는 지독하게도 승운이 따르지 않는 편. 시즌 첫 경기인 지난달 7일 한화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것을 빼곤 13일 기아전 6이닝 3실점 패전, 27일 LG전 6이닝 2실점 패전에 이어 이달에는 2일 현대전 5이닝 1실점, 7일 삼성전 6이닝 2실점의 역투를 하고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래도 조범현 SK감독의 믿음은 확고하다. 조 감독은 “올해 엄정욱은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내년이면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 에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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